돈을 빌릴 당시 빚이 재산보다 많았거나 제때 빚을 못 갚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 판사는 28일 자신이 운영중인 예식장 수입이 줄어 기존 채무도 제대로 못 갚고 생활비도 빌려 쓰고 있던 실정에서 주위 사람들을 보증세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불구속기소된 우모(54)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돈을 빌릴 때 채무초과 상태였거나 제때 빚을 갚지 못했다고 해서 편취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돈을 빌린후 영업을 계속했고 전재산을 빚갚는데 쓴 점 등을 볼 때 대출 당시 경영판단을 잘못했을 지는 몰라도 사기 의도는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같은 재판부는 또 의류 납품대금조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뒤 이를 결제하지 못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모(42)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업 창업시 사업자금 대부분을 빌린 돈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기존 기업이 적자 누적 상태에서도 경영상태 호전을 기대하며 영업을 계속하는게 일반적"이라며 "피고인이 부도시까지 최선을 다해 영업한 점 등으로 미뤄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