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벌인 주식 공개매수가 요건 미비로 실패했을 경우 주간사인 증권회사도 주식투자자가 입은 손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주식 공개매수를 대리하는 증권회사들은 공개매수인의 주식매수 자금조달 계획 등에 대해 보다 엄격한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사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등 관련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윤우진 부장판사)는 25일 레이디가구 주식 공개매수에 응모했다가 투자 손실을 입었다며 노모씨 등 2백17명이 중원과 D증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 1백96명에게 9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개매수인인 중원과 대리인인 D증권은 공개매수신고서 및 정정신고서 공개매수설명서에 실현 불가능한 자금조성 내역을 기재하거나 사실상 충당할 수 없는 돈을 댈 수 있는 것처럼 기재, 공고했다"며 "따라서 이를 믿고 공개매수에 응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공개매수신고서와 정정신고서의 신고자 및 대리인은 허위 기재나 중요사항 누락 등으로 응모 주주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배상책임을 지도록 돼 있으나 법원이 이 조항을 적용해 증권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D증권은 공개매수 절차의 단순한 대행사일뿐 대리인은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씨 등은 지난 97년8월 중원측이 공고한 공개매수에 응모했다가 중원이 공개매수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하다가 당시 증권감독원의 조사 결과 허위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투자 손실을 입자 소송을 냈다. 중원은 당초 레이디가구 주식을 매집한 뒤 공개매수 계획을 밝혀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처분, 차익을 챙길 예정이었으나 예상외로 레이디가구측이 경영권 방어 대신 주식을 내다 팔자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