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이화여대에서 열린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7개 사립대학의 2002학년도 입시설명회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올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점수가 대폭락하면서 자녀의 대학진학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와 고3 담임, 학원 관계자 등이 입학정보를 하나라도 더 수집하기 위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이날 설명회는 수능시험 이후 열린 첫 설명회여서인지 시작 30분전에 3천석 규모의 이대강당에 6천여명이 몰려 입시 전쟁을 실감케 했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학부모와 지방에서 올라온 교사들은 복도 계단 출입문 주변 등 빈 공간에 옷과 종이를 깔고 앉아 설명을 듣는 등 이대강당은 2시간 넘게 열기로 후끈거렸다. 대성학원 등 입시전문학원과 대학측이 준비한 진학자료는 배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동이 났으며 늦게 도착해 자료를 받지 못한 참석자들은 추가로 더 구할 수 없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오후 2시 7개 대학의 입학처장이 앞으로 있을 논술, 면접.구술고사의 출제유형과 채점기준, 기출문제 등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6천여명으로 가득찬 강단은 볼펜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특히 다음달 14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 요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학부모들은 연신 메모장을 넘기며 받아 적기도 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날 전례가 드물 정도로 참석자가 몰린 것은 이번 입시 전형방법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 설명회를 듣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정희씨(49.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선생님에게만 맡길 수 없어 둘째 아들의 지원전략을 짜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안내 책자만 4권을 사서 밤새 연구하고 있지만 점수가 너무 폭락해 설명회를 듣지 않으면 뭐가뭔지 알 수 없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의 이진희씨(47)는 "아들이 받은 점수로 어느 대학을 지원할지 몰라 왔다"며 "마치 학부모들이 대학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S고의 한 고3교사는 "진학지도 베테랑들도 각 대학의 전형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이번 입시전형은 어렵다"며 "뭔가 도움을 주기 위해 정보수집차 왔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최웅렬씨(54)는 "막내아들이 3백43점을 받은 것으로 가채점돼 연세대와 고려대를 생각하고 있다"며 "정보가 많은 서울이 유리할 것 같아 아침 열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지원전략자료 5천부를 배포한 대성학원의 이영덕 평가실장은 "모두가 어려웠기 때문에 점수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며 "영역별 반영률과 가중치 등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찾아보는게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위권 점수대의 수험생에게는 정보수집과 분석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 77개 대학이 참가하는 입학정보 박람회가 오는 23부터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고기완.유병연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