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자 및 졸업예정자의 올 하반기 취업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인기, 비인기 업종 가릴 것 없이 입사경쟁이 치열하다. 3백명을 모집키로 하고 지난달 원서를 마감한 현대.기아자동차에는 무려 5만2천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백73대 1에 달했다. 한.일 합작 화섬업체인 도레이새한은 경우엔 10명 모집에 3천16명이 원서를 냈다. 미국 테러참사와 뒤이은 보복공격의 여파까지 겹쳐 향후 국내외 경기전망이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비용절감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긴축경영 방침에 따라 신규 인력의 채용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는 것이다. 아예 채용계획을 백지화하는 기업도 적지않다. 게다가 신입사원 대신 경력사원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이 많아 사회 초년생들이 갈수있는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그런 점에서 취업준비생들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입맛'에 맞는 자리를 찾아 헤매기 보다는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일단 자리를 확보한 뒤 경력을 쌓아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2단계 전략을 세우라는 주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채용전문 자회사인 한경디스코와 함께 5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11월, 12월중 신규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1백20여개사가 약 5천명을 뽑을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유통과 금융부문, 외국계기업의 취업기상도가 그나마 밝은 편이다. 물론 채용방식은 상시채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중에서는 LG전자 대우전자 LG화학 삼성전기 LG생활건강 등이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LG전자는 인터넷 수시채용으로 6백명, 대우전자는 1백50명을 뽑을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당초 1백50명 채용을 계획했으나 80명으로 축소했다. 한진중공업은 30명을 채용한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유통 제일제당 대상 오리온그룹 등이 신입사원을 뽑는다. 롯데쇼핑은 11~12월중 2백명, 신세계는 수시채용으로 60명, 현대백화점은 이달중 1백명을 채용키로 했다. 금융업종에서는 국민은행이 2백~3백명, 외환은행이 1백명을 뽑을 계획이다. 신한증권은 20~30명 채용을 검토중이다. 외국계 기업중에서는 AIG생명이 12월중 20명을, 까르푸와 한국맥도날드가 각각 70여명, 80여명을 모집한다. 취업전문가들은 "일자리는 6만여개에 불과하나 구직자가 43만명(대졸 및 대졸예정자)에 달한다"며 "대기업 중소기업, 인기 비인기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단은 일자리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채용패턴까지 달라져 경력자가 아니라면 임시직, 파트타이머, 파견근로직 등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취업을 한뒤 경력을 쌓아 나가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어떻게든 취업대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직자들의 기본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취업박람회에 참가했던 한 외국계 제약회사 사장이 전해주는 얘기는 그래서 귀담아 들어둘 만하다. 이승우 한국MSD 대표는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이 두가지 질문만 하고 돌아가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봉이 얼마냐, 영업말고 기획이나 마케팅직은 없느냐'는 것 말고는 물어볼 생각도 안하더라는 것. 이 대표는 "IMF와 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취업준비생들은 영업직을 기피하고 사무직과 당장의 연봉에만 집착해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