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성업중인 산후조리원에 대한 법규마련이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시설을 찾는 산모와 신생아들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31일 경기도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은 성격상 준 의료기관이면서도 서비스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시설기준이나 자격규정에 대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은 채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영업이 가능하다. 당국의 관리부재 속에 이들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신생아와 산모들이 전염병 등 질환 감염 우려에 노출돼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인 피해보상 규정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산후조리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500곳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을 규제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도내에 몇 곳이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98년 보건복지부가 법제화를 검토한 적이 있지만 흐지부지되고 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9년 11월말 현재 전국 226개 산후조리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통틀어 6명에 불과하다. 또 영양사와 조리사도 각각 20명과 35명이 채용돼 있을 뿐 대부분 종사자들은 의료.보건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다. 입원비는 지역과 시설규모에 따라 2주일 기준 60만∼120만원에 이르지만 면역기능이 없는 신생아와 건강이 약해져 있는 산모를 위한 보건관리에는 극히 소홀한 실정이다. 수시로 찾아드는 면회객들과 유아용품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적절히 차단하지 않아 일부 산후조리원에서 오히려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더 높다는 지적마저 나오고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산후조리원 이용자 4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의 3%와 신생아의 4.6%가 감염과 관련된 피해를 당했으며, 3%는 감염우려 때문에 퇴원을 요구했거나 스스로 퇴원했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 부재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지금껏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산후조리원을 의료시설로 규정할 것인지 휴양시설로 관리할 것인지를 놓고 1년 넘게 고민하는 동안 이들 시설에서는 신생아가 숨지는 등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박기성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