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검찰이 발표한 '호텔 폭력배' 국모씨의 행적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을 3년간이나 제 집처럼 누비면서 무전취식 등 갖은 행패를 부려왔는데도 경찰 등에 적발되지 않았고, 호텔측도 꼼짝없이 당해온 경위가 쉽게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씨가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들먹이며 실력자인양 행세해왔다는 점에서 국씨의 무법천지식 행각에 든든한 '배후'가 있지 않았느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씨는 검찰 고위간부 K씨와 L지청장 등 검찰 간부와 정계 인사 등의 이름을 팔고 다녔으며, 이중 일부는 국씨와 실제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씨가 갖고 다니던 검.경 간부 및 정치권 주변 인사들의 연락처가 담긴수첩과 명함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그러나 "배후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호텔 등 피해자측과 국씨 본인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나 국씨가 이들 인사의 도움을 받은 혐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호남 태생인 국씨가 동향 출신 인사들과 교분을 맺지 않았겠느냐는 추정도 당초있었으나 검찰 조사 결과 이와 관련된 특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졸이 학력의 전부이고 폭력 등 전과 7범인 국씨가 실제로 고위급 인사들과 친분을 쌓기는 힘든데다 국씨와 1∼2차례 만난 일부 경찰간부 등도 이후 국씨의 정체를 알고는 접촉을 끊었다는 것. 유력인사들이 많이 드나드는 특급호텔의 특성상 사업가로 가장, 사우나 등지에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얻은 명함 등을 내보이며 '호가호위'했을 뿐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특히 97년 국씨의 부하 김모씨가 이 호텔 사우나에서 국씨와 시비가 붙은 폭력배 채모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는데도 재판에서 실형 1년을 선고받은 것이 국씨의 폭력행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당시 법원이 '우발적 범행' 등을 이유로 죄에 비해 턱없이 가벼운 형을 내린 것이 국씨를 실력자처럼 보이게 한 발단이 됐다"며 "사회의 '빈틈'을노린 깡패 한 명에게 휘둘리는 우리 사회의 취약함을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라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