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취임 서승일 前공정위 상임위원 ] "30년 공직생활을 마친 후의 두번째 인생이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20대 청년시절보다 더 설레고 기대가 큽니다"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영입된 서승일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55·1급)은 로펌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소감을 이처럼 밝혔다. 서 고문은 1945년생.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나이다. 그러나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그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업무에서 오는 과중한 스트레스를 풀고 적당하게 긴장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고위 공직자들이 빠지기 쉬운 '실무로부터의 괴리감'을 피해 왔다고 소개했다. 서 고문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71년 행정고시(10회)로 관료사회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공정위뿐만 아니라 재경부 업무에도 정통하다. 주 제네바 대표부에서 재경관을 3년6개월간 맡았으며 재경부 전신인 재정경제원 국고국장,재무관,대통령비서실 조세금융비서관을 거쳤다. 서 고문은 지난 96년 국고국장 시절 '공기업 구조경영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을 입안,한국통신과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4대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에 주춧돌을 놓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사외이사제도'와 경영성과에 따라 공기업 사장의 연임여부가 결정되는 '계약제 사장제도'등을 도입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그린스펀은 올해 우리 나이로 76세고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맥아더 장군은 71세 때 그 유명한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란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떠날 때도 공직을 택한 후배들에게 '또 다른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선배가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고위 공직자의 로펌행에 대한 법조계 일부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서 고문은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속성이 있는 법"이라며 "공직자뿐 아니라 어떤 경영자나 회사원이라도 전문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공정거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공정거래 분야도 사후 대처보다 사전 예방조치를 취하는 게 훨씬 득이 됩니다" 그는 만 30년에 걸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태평양에서 또 한번 나래를 펼쳐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