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못이겨 부모 없는 북한을 탈출한 탈북어린이 4명이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제 3국을 거쳐 경기도 안산시에 정착했다. 중국 지린(吉林)성을 출발, 험난한 여로를 거쳐 한국에 정착한 준호(13.가명)군과 그의 형 명호(15), 세영(18), 승현(14)군 등은 지난 3개월간 안성시 탈북민 수용소 하나원에서 남한사회 적응훈련을 받고 최근 안산시의 단독주택 2층에 보금자리를마련했다. 이들을 돌봐줄 가장은 지난 98년부터 중국을 오가며 탈북 어린이들을 보살펴온 김모(30)씨. 김씨는 지난 98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봉사단체에서 일해오다 부모 없이 무작정 북한을 탈북한 일명 '꽃제비'들의 비참한 생활을 언론을 통해 접한뒤 빚을 내 무작정 지린성을 찾아갔다. 김씨는 이후 종교단체 등 사회 각계 각층으로부터 모은 후원금으로 옷가지와 책등을 장만, 중국을 오가면서 30여명의 꽃제비들을 보살피는 후견인이 됐다. 김씨는 이들 가운데 준호군 등을 1차로 한국에 데려오기로 결심하고 지난 4월지린성을 떠나 베이징(北京)에서 제 3국 탈출을 안내할 브로커를 찾아 아이들을 인도했다. 그 사이 준호군 등은 안내 브로커를 따라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국경을 넘었고 제 3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거쳐 무사히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씨와 아이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집은 보증금 4천만원, 월 40만원의 월세집으로 김씨 자신이 지난 99년 결성한 '꽃제비를 지원하는 모임'(약칭 꽃사모) 회원들의 회비와 교회 후원금 등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는데 들어갈 월 150만원의 생활비와 지린성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30여명의 또 다른 꽃제비들을 위해 매월 120만원을 송금해야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이들의 체력이나 지적능력이 남한사회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앞으로 개인능력에 맞게 공부를 시키고 검정고시를 치러 우리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에 의지해 생활하는 김씨는 "북한을 탈출한 어린이들 대부분이 성장이 정지된 잠재적 장애아"라며 "그들을 이대로 방치하면 내가 느꼈던 절망보다 더 큰 좌절 앞에 무릎 꿇고 말 것"이라고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안산=연합뉴스) 강창구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