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자.불문학자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한 이가형(李佳炯) 국민대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대병원에 기증됐다. 전남 목포 출신인 고인은 일제 강점기에 도쿄(東京)제국대학 불문과에 재학중학도병으로 징집돼 버마를 비롯한 동남아 전선에 투입됐다가 1945년에 연합군 포로가 된 뒤 싱가포르 포로수용소에서 1년간 포로생활을 하고는 1946년 귀국했다. 포로생활을 계기로 불문학에서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중앙대를 거쳐 국민대 대학원장으로 있다가 정년 퇴직했다. 프랑스 행동주의 작가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과 미국 해양소설가 허만멜빌의 대표작 「모비딕」을 비롯해 많은 번역서를 냈다. 말년에는 작가로 돌아서 지난 93년에는 일본 학도병 및 포로생활이라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장편 실화소설 「분노의 강」을 일본어판과 동시에 출간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는 특히 고인이 생전에 만났고 그 자신 직접 찾아가 보기도 한 조선출신 이른바 위안부들과 그 여인들이 집단수용됐던 위안소에 대한 기록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고인은 1995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속 위안부는 이름만바꾸었을 뿐 보고 만난 실제 인물들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족으로 아들 소설가 원방(필명 이원하).한우(사업)씨, 딸 수향(국립극장 예술진흥회 이사)씨가 있고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사위다. 발인은 17일 오전 7시. ☎ 760-2011.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