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뇌사판정을 받고 숨진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데 이어 자신도 앞으로 장기기증을하겠다고 나서 주위를 숙연케 하고 있다. 지난 98년말 만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제주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다 병세가 급성으로 악화돼 지난 9월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정신배(36)씨. 현재 서울대병원 101동 20호에 입원중인 정씨는 지난해 2월 뇌종양으로 쓰러졌다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 인철(당시 11살)군의 심장 등 장기를 기증했다. 정씨는 인철군이 언젠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한 기억을 되살려 부인 김은숙(35)씨를 설득했다. 병세가 급성으로 악화돼 골수이식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정씨는 형 태룡(40)씨가 골수기증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어려운 형편에 7천여만원에 달하는 수술비 및 치료비를 감당해낼 재간이 없어 수술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씨는 "아들이 떠나고, 투병중에 많은 생명들이 이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고통을 몸으로 체험했다"며 "수술을 받아 완쾌되든 그렇지 못하든 떠날때는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