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서편에 있는 컬럼비아대 유리스홀 303호실. 10일 오후 3시15분(현지시간)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마켓'이라는 비즈니스스쿨 과목의 수업이 시작될 무렵 강의실을 꽉 채운 60여명의 학생들은 꽃다발과 카드 등을 준비하느라 부산했다. 문가에 있던 학생이 "교수님 오신다"고 외치자 모두 일어나 환호와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 함박웃음을 띠고 두시간짜리 수업을 시작한 그는 이날 특별히 노벨상 수상공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강의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30분 일찍 강의를 끝낸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특별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 ―축하드립니다. 언제 수상소식을 들었는지요. "오늘 아침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구실(유리스홀 8층)에 출근해 모닝커피를 준비하고 있는데 노벨심사위원회에서 전화로 소식을 전해줬지요. 그래서 재빨리 커피를 샴페인으로 바꿨습니다(웃음)" ―소감은 어떻습니까. "말할 수 없이 기쁨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하는 경제학자가 무자비한 테러공격으로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그동안 거의 매년 노벨상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지금에야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에 노벨상을 받게 된 '정보의 비대칭성'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에 이뤄진 것입니다. 그때보다 지금의 경제학계에서 이런 이론이 더 필요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의 추세가 시장의 실패를 중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한다는 뜻이겠지요" ―어떻게 해서 정보의 비대칭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는지요. "60년대말 경제학의 양대 주류는 시카고대와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였습니다. 이 두 학파에서 커다란 논쟁을 벌였지요. 밀턴 프리드먼이 주도하는 시카고학파는 정보의 완전성과 효율성을 들고 나왔습니다. 시장에 완전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흐르니 정부가 간섭을 하지 않아도 시장이 제기능을 한다는 논리지요. 반면 MIT학파는 시장정보는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이 불완전하니 정부가 일정부분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논쟁을 보면서 '시장의 실패'쪽이 맞다고 생각, 이를 이론화시키기 시작했지요" ―'정보의 비대칭성'을 쉽게 설명해 주시지요. "한마디로 '일부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정보를 불균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지요. 예를 들어 회사의 오너는 일반 주주들보다 더 많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미래에 대해 오너와 일반주주가 똑같은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지요. 이같은 정보의 불균등 혹은 불완전성이 다른 경제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등은 사회 각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정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보의 불균등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일정수준의 정부개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진 자(The haves)와 못가진 자(The have-nots)의 차이를 줄이려는 경제학도들은 바로 정보의 불균등부터 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지요"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에 개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지요. 교육사업이나 공항등 인프라스트럭처, 그리고 각종 연구활동에 대한 투자를 말합니다" ―최근 발생한 테러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부정적인 결과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만 하면 전체적인 부를 향상시킬 수 있지요. 문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과정에서 혜택을 받는 나라(계층)와 불이익을 받는 나라(계층)가 나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한 측면인 자본시장자유화에 대해서 평소 비판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자본자유화나 금융자율화를 일시에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정부나 IMF가 그렇게 요구해서도 곤란하지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화를 한 나라들은 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은행들이 전국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99년에 처음이었습니다. 불과 2년전이지요. 은행영업자유화를 늦춘 것은 지역의 소규모 은행들이 거대은행에 잡혀 먹힐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보고 한꺼번에 문을 열라고 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한국이 올해 IMF를 졸업했지만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한국경제는 매우 밝습니다. 97년에 있었던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내부의 힘(internal strength)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경기가 상승세를 탈 경우 아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요즘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경기가 불투명하고 미국등 세계경제가 하강국면에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기와 속도'가 문제지 반등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미국경제가 어려운데 테러사건과 보복전쟁까지 겹쳐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를 어떻게 보는지요. "미국경제는 기본적으로 강한 경제입니다. 경기하강국면에 테러가 발생해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회복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관심사겠지요" ―미국 정부가 다각도로 경기진작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잘하는 것도 있지만 감세정책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책입니다. 지금과 같은 감세정책은 경제를 부양하지 못합니다. 투자세액공제 등 장기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제도를 도입해야지요. 경기를 부양하려면 잘 디자인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 dong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