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首邱初心).추석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막히고 짜증나는 귀성길이지만 마음은 벌써 고향집 안방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빡빡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맞은 연휴로 자칫 긴장이 풀어지고 신체리듬이 깨지면서 예상치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환절기인 만큼 감기같은 불청객의 방문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음식조심에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상앞에서 친지,친구들과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과식.과음하게 마련이다. 성인병 환자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조절에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성묘길에서는 가을철 전염병을 주의해야 한다.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절제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은 배탈 설사 감기 안전사고 등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부모가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가정에서의 응급처치법에 대해 알아본다. 고열이 날때=가장 흔한 원인이 감기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인한 상기도의 염증이다. 이런 발열은 보통 2~3일안에 사그러든다. 그러나 4일이상 지속되고 기침 가래가 나온다면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침 가래 증상이 없으면서 고열과 함께 몹시 아파한다면 뇌수막염이나 요로감염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고열이 있더라도 비교적 잘 놀고 잘 먹는다면 위험한 질환은 아닐 수 있다. 1) 처치법=온도와 습도를 잘 유지시켜준다. 환기에도 신경쓴다. 땀을 닦아주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힌 후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오한이 있는 경우 보온을 해주되 너무 덥게하지 않는다. 거즈나 수건을 물에 적셔 가볍게 피부를 문질러 준다. 지나치게 찬 얼음물과 알코올 희석액은 과도한 증발로 인한 열손실을 초래하므로 심한 경우가 아니면 삼가는 게 좋다. 고열이 있으면 탈수되기 쉬우므로 포도당과 전해질을 함유한 음료를 마시게 한다. 2) 약물=아스피린 타이레놀 부루펜 등이 있다. 아스피린은 소아에게 레이증후군(뇌막염 비슷한 뇌기능저하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별로 권장되지 않는다. 타이레놀은 해열 진통 작용만 있고 소염효과가 없다. 부루펜은 해열 진통 소염 작용을 고루 갖추고 있고 위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아스피린보다 적어 무난하다. 3) 민간요법=보리차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예로부터 열을 내리는데 많이 애용됐다. 갈근(칡뿌리)은 해열 발한 작용이 뛰어나 감기 초기의 열을 내려주는 데 효과적이다. 또 메밀가루나 으깬 두부를 거즈에 싼 뒤 열이 나는 부위를 찜질해준다. 더위를 먹어 고열에 시달릴때는 해열 해독 작용이 있는 수박즙을 먹인다. 체했을때=장시간의 귀성길에 시달리다보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심신도 피로해져 체하기 쉽다. 이같은 몸상태에서 푸짐한 음식의 유혹을 받으면 체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1) 처치법=체하면 일단 굶는 게 최선이다. 따뜻한 보리차를 먹이고 손을 따주는 것도 괜찮다. 양방의사들은 손을 따주는 사혈에 거부감을 보이지만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깨끗하게 소독한 바늘로 오른쪽 엄지손톱 아래 바깥자리 쪽을 따 피를 내면 된다. 2) 약물=생약성분의 액제소화제는 특유의 향과 쓴맛으로 소화기관을 자극해 소화작용을 도와주지만 효과가 미약하다. 더 강한 효과를 얻으려면 위장관운동을 촉진하는 돔페리돈 등을 용량에 맞춰 먹는다. 체기가 오래가면 산사자 대추 구기자 등을 넣고 달인 차가 좋다. 설사가 날때=설사가 1~2일 지나도 멎지 않을 때,복통과 구토가 심할 때,열이 많을 때,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는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원칙은 수분과 전해질의 손실을 보충하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음식 대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한다. 보리차 1리터에 설탕 4숟가락,소금 1숟가락을 타 마시면 좋다. 이온음료 등도 괜찮다. 12~24시간정도 굶은 후 설사가 줄어들면 미음 죽 밥의 순서로 식사를 하도록 한다. 기름기없고 담백한 게 좋다. 구토를 할때=생후 12개월 미만의 아기는 식도하단의 괄약근이 약하기 때문에 별로 아프지 않아도 잘 토한다. 주로 감기 같은 상기도 감염성질환,급성위장염,식중독,뇌막염,요로감염증 등에 걸렸을때 구토증상이 나타난다. 스트레스가 심해도 잘 게운다. 몸을 옆으로 누이고 토사물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한다. 젖은 수건을 말아 입안과 코를 깨끗이 닦아낸다. 의식이 있으면 입가심을 해줘 불쾌감을 덜어준다. 토한 후 한두시간 위장을 쉬게 해주며 아이가 원하면 소량의 물을 주고 점차 수분섭취량을 늘린다. 입맛이 돌면 과즙,모유,엷게 탄 우유,죽,미음 등을 순차적으로 먹인다. 구토억제제는 주로 멀미 입덧 항암제투여로 인?구토증에 쓰이며 어린이 환자에게는 좋지않다. 이물질을 삼켰을때=단추 동전같은 이물질을 삼켰을때는 아기를 거꾸로 세워 등을 강하게 두드리고 아기의 얼굴을 옆으로 돌려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토해내도록 한다. 산성물질을 삼켰을때는 비눗물 우유 달걀을,알칼리성물질에는 오렌지주스 같은 것을 먹여 중화시킨 후 토해내도록 한다. 그러나 아주 강한 부식성 물질을 삼켰을때는 토하거나 설사를 시키면 오히려 피해가 커지므로 바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바늘이나 핀 같이 날카로운 물건을 삼켰을때도 병원으로 직행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