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고위층들이 G&G그룹 이용호 회장 사건으로 엇갈린 운명을 맞고 있다. 사시 12회 동기생인 한부환 특별감찰본부장과 임휘윤 부산고검장은 '조사자와 피조사자'로 마주앉아야 하는 '비운의 동기'가 될 처지다. 또 국민의 정부 들어 승승장구한 끝에 검찰총수에 오른 신승남 검찰총장 역시 동생 승환씨로 인해 고난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에 비해 신 총장의 서울대법대 동기생인 심재륜 대검고검장은 무보직 고검장인데도 특별감찰본부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 22일 특별감찰본부에 소환돼 조사받는 임 고검장은 명실공히 사시 12회의 선두주자로 공안과 특별수사분야를 섭렵했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고 김용제 서울지검장(박순용 전 검찰총장의 장인)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99년 호남 출신 서울지검장이 됐다. 선이 굵고 격의없는 성격에 말술도 마다하지 않는 '보스형'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수사능력도 인정받아 과거 정권에서도 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임 고검장은 서울지검 공안1부장 시절인 지난 92년 대선때 일명 '초원복국집사건'의 주임검사를 맡기도 했다. 이때 검찰의 대선배이자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김기춘 현 한나라당 의원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임 고검장을 조사해야 하는 한부환 본부장은 대검 중수부 과장과 서울지검 3차장을 거친 특수통이지만 항상 임 고검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사상 초유의 특별감찰본부장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조직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점과 수사기획 뿐 아니라 지휘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돋보였다는 시각이 많다. 김태정 법무장관의 옷을 벗긴 옷로비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온 99년 6월에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아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지검장 하마평에도 올랐으나 사시 동기(12회)인 김각영 현 대검차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대전고검장으로 '아쉽게' 승진했다. 대전법조 비리사건으로 검찰에서 쫓겨나다시피했던 심재륜 고검장은 특별감찰본부장을 고사하면서 "이번 사건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묘한 말을 남겼다. 그는 본부장을 맡을 경우 자신을 면직시켰던 김태정 전 검찰총장을 조사해야 하고 그럴 경우 자칫 보복수사로 비쳐질 수 있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각영 대검 차장이 20일 오전 심 고검장을 찾아 막바지 설득에 나서기도 했으나 심 고검장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