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확대를 위해 신분확인도 제대로 않은 채 휴대전화 가입을 받아온 이동통신업계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지법 민사10단독 조일영 판사는 자신의 명의를 도용, 휴대전화 가입계약을 맺은 사람이 요금을 연체하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며 김모씨가 모 이동통신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만원을 물어주라"며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소송을 낸 김씨가 명의도용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작년 11월. 당시 김씨는 휴대전화가 파손돼 새것을 샀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통화가 이뤄지지 않자 전화 구입업소에 이유를 문의했다가 '신용불량자'라는 답변을 듣고선 깜짝 놀랐다. 경위를 알아본 결과 배모씨가 99년 6월부터 자신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해오다 30만원의 요금을 미납한 사실을 확인한 김씨는 5월에 소송을 냈다.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이동통신업체측이 휴대폰 가입자 모집시 본인이 대리점을 직접 방문토록 하거나 제3자에게는 위임장 등 증빙자료를 첨부토록 하면서도 정작명의 도용자의 가입을 받아준 것은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특히 배씨가 계약서의 계좌이체란에 자기명의 계좌번호를 적었으므로 업체측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명의도용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체측은 "명의도용이 맞더라도 요금을 제대로 못받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가입시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업체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명의도용 피해자들이 적지 않겠지만 업체에 책임을 묻는 일은 거의 없다"며 "고객확대를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휴대폰 가입을 받아주는 업계의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