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김성이)가 30일 청소년 성범죄자 169명의 신상을 공개하자 찬.반논란이 들끓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당사자의 인격권 침해는 물론 이중처벌로 법적 형평성을 잃고 있으며 위헌 소지까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찬성론자들은 "청소년 성범죄 근절을 위해불가피한 조치"라고 반기고 있다. ◆ 찬성론 = 찬성론자들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신상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신상공개가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나 급증하는 청소년 성범죄근절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동명이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개 대상자의 직업과 주소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 "국민 70% 이상의 찬성속에 공개되는 것이니만큼 사회적 수렴과정은 거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인권침해 등의 우려도 없지 않지만 그에 앞서 인권이 무참히 짓밟혀진 청소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남녀간 성대결 구도로 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인권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대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서울고검 강지원 검사는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신상이 전원 공개되지 않고 선별 공개된 것은 유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강 검사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청소년성범죄 예방 계도문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구체적 사례에 대한 대국민보고서나 범죄백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선별공개가 아닌 전원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금자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메건법(성범죄자 석방공고)이 처음 실시됐을 때 이중처벌 또는 사생활침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보다 훨씬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는데도 최근에는 사생활침해보다는 미성년자 보호 이익이 더 크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원 박영훈(35)씨는 "이번 공개에서는 직업과 주소를 자세하게 기입하지 않았고 사진도 공개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인격은 고려된 것으로 본다"며 "두 딸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주부 신남희(32)씨는 "부모 입장에서 볼 때 누구의 아이든 성추행이나 성매매에 의한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제재에 이어 명단공개라는 사회적 제재를 통해서라도 이를 막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찬성했다. ◆ 반대론 = 반대론자들은 신상공개가 이중처벌로 `인격에 대한 사형선고'라는논리를 펴고 있다.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공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가치관이 혼돈돼있는 현대 사회에서 매매춘과 성범죄가 만연하지만 이를 극약처방 또는 충격요법으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상공개는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되지 못하며, 공개 대상자의 기본권과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배하는 등 위헌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청소년 상대 성범죄가 나쁜 짓이긴 하지만 무조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면이 있고 시기상조"라며 "원조교제가 청소년 성범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범행 정황과 상습성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등 신상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 김모(50)씨는 "한번 죄를 지어 충분한 법적 처벌과 가족내 불화에 따른 고통을 받았는 데도 신상공개까지 이뤄지면 이야말로 `부관참시'"라며 "앞으로 범죄자 가족의 고통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이번 공개에서 주소는 시.군.구 단위, 직업은 회사원 등으로 다소 광범위하게 분류돼 평범한 이름인 경우 수십명까지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속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도 반대론자들의 논리다. 특히 이 경우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정신적 고통을 안겨 집단적인 위헌소송 제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서울 행정법원은 지난달 23일 전직 공무원 A씨가 `신상공개를 막아달라'며 청소년보호위를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공개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개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보호위측은 이번 신상공개에서 A씨를 제외했다. 만약 신상공개가 위헌소송으로까지 확대되고, 법원에서 위헌성이 확인될 경우 이미 공개된 169명에 대한 피해구제 문제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장영은.공병설.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