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공개입찰관련 소송에서 입찰적격심사가 제대로 됐는지를 입증할 책임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국가에 있다며 '입증책임의 전환'범위를 확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입증책임의 전환이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약자적 위치에 놓였을 경우 상대적으로 강자인 반대편에게 책임의 유무를 입증토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의료·산재·환경소송의 경우에 대해 예외적으로 인정돼 왔으며 입찰관련 소송에서 적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법 민사27부(재판장 황성재 부장판사)는 10일 D사가 "국방부가 지난해 실시한 납품 입찰에서 N사에 부당한 가산점을 적용,낙찰자로 결정한 것은 위법"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낙찰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D사는 적격업체로서 낙찰자의 지위에 있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는 최저가 입찰자인 N사에 대해 배점 기준상의 ISO 인증을 받지 않았는 데도 배점을 줬기 때문에 낙찰 결정은 무효"라고 전제한 뒤 "국가는 N사가 탈락한다 해도 D사가 적격심사를 통과했을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지만 국가는 입찰적격심사 기준과 그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갖고 평가하기 때문에 입증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국가는 D사가 적격심사 평가점수에 미달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D사가 차순위 최저가 입찰자로서 낙찰자 지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D사는 지난해 4월 국방부 조달본부가 실시한 예열기 납품 입찰 때 N사에 이어 차순위 최저가 입찰했으나 N사가 가산점을 부당하게 인정받아 적격심사를 통과한 사실을 알고 소송을 제기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