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의 바이어들이 불법 체류를 의심받아 입국이 불허되거나 장시간 심사를 받는 사례가 잦아 이들을 초청한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처럼 경직된 입국 심사로 자존심이 상한 바이어들이 거래를 끊거나 수입선을 돌리겠다고 통보해 와 애를 먹기 일쑤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아프리카 말리의 바이어를 맞기 위해 지난 3일 오전 7시에 도착하는 홍콩발 비행기를 기다리던 부산 H상선의 김모 이사는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가 7시간이나 바이어를 묶어 두는 바람에 하루종일 수소문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이사는 5차례나 바이어의 소재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문의했으나 원하는 대답은커녕 업무 방해를 하지 말라는 핀잔만 들어야 했다. 김 이사는 "바이어가 오지 않은 줄 알고 다시 부산에 내려갔으나 돌아가자마자 바이어를 맞이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중고 선박을 구매하기 위해 초청장과 왕복 비행기표,현금까지 갖고 온 바이어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아득하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부품을 몽골과 아프리카 가나 등지에 수출하는 H실업의 신모 사장은 지난 6월 가나의 중요한 바이어를 초청했다가 인천공항에서 되돌아갔다는 국제전화를 받는 낭패를 봤다. 바이어가 초청장과 함께 수입 대금 5만달러를 보여줬는데도 공항측에서는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불법체류 용의자로 간주,입국을 금지한 것. 한국 비자 발급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차량 시트커버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K사의 김모 사장은 한국 비자 받기가 힘들다는 중국측 바이어들의 불평을 자주 듣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 설치된 한국영사관에 비자신청을 하면 1주일 남짓 기다린 뒤 조선족 등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통역관을 대동해야만 비로소 인터뷰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의 김인규 부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수출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떤 오지도 마다 하지 않는 중소기업인들이 많이 있다"며 "비자 발급이나 입국 심사 때 이들 중소기업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사업 목적이 확실한 바이어에게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