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모 재벌총수와 그의 `숨겨진 여인'에 얽힌 사연, 그리고 한 재미교포 펀드 매니저가 미국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보낸 e-메일내용 `왕처럼 살고 있소'가 최근 화제가 됐었다. 두 이야기는 일반 사회에서 입소문으로 떠돌던 경제계의 치부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경제소설 「화려한 주식사냥」으로 제1회 디지털문학대상 수상과 함께화제가 됐던 김성길(49)씨가 두 이야기를 모티프로 쓴 장편소설 「나는 한국에서 왕처럼 살았소」(전2권.창작시대)를 냈다. 24년간 대기업에서 경리 관련 업무를 해 온 작가는 두 이야기의 조합에다 자신의 체험을 녹여 한국 경제의 추한 이면들, 즉 비자금 조성, 돈세탁, 벤처 기업을 통한 사기, 정경유착, 외화도피, 주가시세 조작 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소설의 주인공은 재미교포 캐빈 강. 재벌 총수의 사생아인 그는 미국 AD그룹 한국지사 펀드 매니저로 입국한 뒤 한국 사회의 `주색' 향응 문화를 교묘히 활용, 정계, 재계, 관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특권층을 공략, 검은 돈 700억원을 챙겨 해외로 뜬다. 작가 김성길씨는 재미교포 청년이 한국 경제를 휘젓는 소설을 구상중이던 지난4월 문제의 숨겨진 여인 K(49)씨를 실제로 만나 자서전 대필 계약을 맺었으나 몇차례 인터뷰 끝에 갑자기 계약을 해지 당했다고 한다. 김씨는 "K씨가 재벌그룹측과의 협박용으로 자서전을 쓰려다 그쪽과 흥정이 잘되자 계약을 철회한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인터뷰 때 들은 내용을 픽션 형식으로 소설속에 녹였다"고 밝혔다. K씨의 두딸은 결국 지난 6월 작고한 재벌총수측을상대로 낸 친자확인소송에서 이긴 바 있다. 소설속에서는 재벌총수와 관계를 맺은 여러 여인들의 일화가 가명으로 그려진다. 오페라 가수 임채미, 나중에 `숨겨진 여인'이 된 탁영심 등이 그들이다. 김씨는 "소설에 등장하는 재벌총수,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의 모델이 된 인물들은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존해 있다"면서 실명을 피하고 소설적으로 약간 가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