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강원도 철원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자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 96년과 99년 수해로 삶의 터전이 침수되자 인근 높은 지대로 이주한 갈말읍 정연리 36가구 140여명의 주민들은 이날 집중호우가 내리자 생활필수품만 챙겨 침수우려가 적은 마을 회관이나 이웃집으로 대피했다. 또 인근 동송읍 이길리 68가구 주민 240여명도 북한에서 내려오는 한탄강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자 장대비 속에서도 트럭에 가재도구를 싣고 트럭뒤에 소들을 매달아 야산으로 옮겼다. 김화읍 생창리 민간인 출입통제선내 주민들도 남대천의 수위가 높아지며 마을을 지키고 있는 강둑을 위협하자 집안 높은 곳에 생활도구를 옮겨두고 높은 지역에 있는 이웃집으로 대피했다. 주민들이 이처럼 집중호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두차례에 걸쳐 수마가 마을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소들이 외양간에서 떼죽음하고 농경지가 유실됐던 악몽이 이번 폭우로 다시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철원지역에는 지난 29일부터 이날 오후 7시 현재까지 철원읍 대마리 549㎜를 비롯해 갈말읍 정연리 546㎜, 김화읍 316㎜, 철원읍 311㎜ 등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주민들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수해악몽을 극복하고 삶의 터전을 꾸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큰 비가 내려 걱정"이라면서 "과거 수해때 익혔던 대피경험을 되살려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기상대 관계자는 "중부지역의 장마전선이 현재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오늘 밤늦게부터 다시 활성화돼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철원지역에 예상되는 만큼 홍수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원=연합뉴스) 이해용기자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