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지게차 운전을 하는 서영진(45)씨. 25일 노동부 주최 실업극복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그는 지난해 1월 10여년간 젊음을 바쳐 일했던 철강자재 판매업체에서 명예퇴직을 당했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아내와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을 볼 면목조차 없어 마냥 바닷가를 배회하기도 했다. 서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활정보지를 뒤적거리다 '실업자 재취직 중장비운전 훈련생 모집'광고를 접했다. 몇번의 망설임끝에 서부산 직업전문학교를 찾았다. 서씨는 그곳에서 진지하게 취업 상담을 하는 실직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실직의 아픔에만 파묻혀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게 부끄러웠다. 서씨는 지게차운전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한여름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도록 연습한 끝에 실기시험에도 합격,꿈에도 그리던 자격증을 따냈다. 그러나 서씨에게는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 때문에 취업하기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안면이 있던 지게차 업체 사장과 함께 손을 잡고 지난 4월 회사를 차렸다. 비록 일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가족들에게도 떳떳한 가장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 서씨는 "한창 일할 나이에 실업자로 전락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현재 실직 상태에 있는 40∼50대 가장들도 낙심만 하지 말고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직자 재활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동부는 이날 서씨를 포함해 18명의 실업극복 과정이 담긴 수기집 '시련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보다'를 출간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