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연기 방침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항목은 대략 5가지이다. 일본어 가창 음반, 성인용(만18세 이상 관람가) 영화와 비디오, 쇼.드라마 등의 TV오락프로, 가정용 게임기,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제외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98년 양국 정상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따라 정부는 미래지향적 우호협력관계를 위해 그해 10월 영화와 출판 분야에서 일본에 대해 처음 문호를 열었고 99년 9월과 2000년 6월에 2차, 3차 개방이 뒤따랐다. 이 과정을 거치며 출판과 공연시장은 완전히 개방됐다. 영화와 비디오, 극장 애니메이션, 음반, 게임, TV 방송은 아직까지 약간의 장벽이 남아 있다. 문화관광부는 4차 개방 시기에 대해 "한일간 협의된 바 없다"고 말해 왔으나 문화계에서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나머지 항목이 단계적, 혹은 일괄적으로 빗장을 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해 일본 방문에서 "이제 방송 분야만 남았는데 이것도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와 더불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던 것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재수정 거부는 이들 항목의 국내 유입에 암초가 됐다. 그러나 정부 조처의 파급력에 대해서는 문화계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문화부 관계자는 "나머지 개방대상은 정서적으로는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도 일본이 노리는 문화시장"이라며 일본이 경제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기대했다. 한 예로 일본어 음반의 국내판매 불허로 일본 대중가수의 노래가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그들의 내한공연 또한 흥행에서 재미를 볼 수 없으며, 나아가 한국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중국에 진출하려는 전망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나 방송가 일각에서는 별다른 위력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11일 "성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영화등급 분류는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하므로 일부 장면을 삭제하면 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며 "일본영화는 수입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대부분 들여올 수 있다는 게 정설"이라고 전했다. MBC 관계자는 "쇼, 드라마같은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국내 프로의 상당수가 일본 프로를 참고하지 않느냐"며 "이미 프로의 외형이 비슷해져 있어 만약 개방된다하더라도 큰 타격이 없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quintet@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