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만의 혹독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중앙일간지의 늑장보도로 대책 마련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호수 동명정보대 매스컴학과 교수는 월간 「신문과 방송」 7월호에 기고한 '가뭄관련 보도점검'에서 "봄부터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지만 외롭게 목청을 높이고 중앙지들은 정치 관련 사안에 매달려 `가뭄보도가 가뭄'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비판했다. 신문들이 그동안 정치권을 겨냥해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제쳐놓은 채 정쟁만 일삼고 있다"고 비난해온 점을 감안해 보면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올들어 가뭄과 관련한 보도는 최근 상습 가뭄지역이돼버린 영.호남지역에서부터 비롯됐다. 지난 4월 11일 광주매일이 '봄가뭄 장기화 우려'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게재한 데 이어 같은 달 13일에는 경북매일이 `봄가뭄 심화 농작물 생육 타격'이라는기사를 1면 머리에 올렸다. 이후에도 지방지들이 연일 가뭄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실은것과는 달리 중앙지들은 신문고시 공방,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파문, 박노항 원사검거, 안동수 법무장관 메모파동, 민주당 초-재선 의원 정풍사건 등에 매달려 있었다. 전국의 논밭이 타들어가던 6월 초순까지 중앙지의 가뭄관련 보도는 5월 22일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 `봄가뭄 산업계도 목탄다'를 제외하고는 지방발신 기사나 연합뉴스 전재기사로 비교적 작게 처리했다. 중앙지들의 태도가 바뀐 것은 지난 6월 5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가뭄피해 지원비 1천184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였다. 같은 달 9일 동아ㆍ조선ㆍ중앙이 가뭄피해 실태를 머리기사로 취급했고 11일에는 대한매일을 비롯한 나머지신문들도 일제히 대대적인 보도에 나섰다. 그러나 보도 역시 가뭄의 피해 예상이나 극복방안보다 현상을 소개하는 데 그친것이 대부분이었다. 중앙지 가운데서 가뭄문제를 사설로 가장 먼저 다룬 것은 동아일보(5월 15일)였으며 세계일보와 경향신문이 이튿날 사설에서 물 관리의 난맥상을지적하고 나섰다. 6월 들어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한 사설이 등장하지만 중앙일보는 한차례의 사설도 싣지 않았다. 가장 돋보이는 보도는 동아일보가 6월 3일부터 5회에걸쳐 연재한 "물부족…`물전쟁' 온다"는 제목의 기획물이었다. 강 교수는 "개그우먼의 살빼기 파문은 사설(6월 4일 경향ㆍ한국)로 다루면서도가뭄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했고 그나마 때를 놓쳤다"고 꼬집었다. KBS와 MBC 역시 정부의 지원대책이 발표된 뒤 각각 9일과 11일 양수기 보내기특별생방송을 마련했다. 강 교수는 "정부의 지원대책이 결정되자 중앙지들이 너도나도 부랴부랴 지면을할애하고 가뭄문제에 매달린 것은 전형적인 사냥개 저널리즘(pack journalism)이나소떼 저널리즘(herd journalism)의 속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