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분규의 극적인 타결로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은 일단락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짜증과 분노 못지않게 교훈도 많이 남겼다. 한마디로 말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러한 소모적 파업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툭하면 파업으로 치닫는 오늘날의 노동운동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고 안정적 노사관계를 정립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요구되는지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 지난달말 불법 파업중인 울산의 한 공장.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는 회사측 앞잡이들을 모조리 박살내자"라는 노조측 간부의 구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노조원들은 쇠파이프를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관리직 사원들이 땅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일부 노조원은 관리직 사원들의 팬티만 남긴 채 옷을 벗겨 아스팔트 위에서 포복을 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환자 후송을 위해 대기중이던 앰뷸런스에까지 쇠파이프 공세가 펼쳐졌다. 부끄러운 사례지만 부인할 수 없는 21세기 한국 노동쟁의의 한 단면이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채 끔찍한 폭력과 불법이 난무하고 막가파식 파업이 용인된다. 현행법상 불법파업으로 규정된 경우라도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는 늘 지도부와 적극 가담자의 면책 여부가 쟁점으로 등장한다. 면죄부를 받은 그들은 다음에 다시 파업을 이끌기 위해 전면부에 나선다…. 2001년 한국 노동운동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조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강경파의 득세 △이른바 '전문 운동가'의 노조 장악 △공공부문의 잦은 파업 △노노갈등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낳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법의 실종'이다.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불법파업이 벌어졌으나 이를 주도한 세력들은 아직도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또는 선명성을 내세우기 위해 상황을 가급적 극단으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별 쟁점이 없으면서도 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이런 강경파 때문이라는게 노동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부문의 잦은 파업 역시 문제다. 이 부문의 경우 특히 사용자측이 "소유에 대한 인식"이 약해 어지간하면 노조의 주장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공공부문 노조에서 협상이 타결됐다가 "이면 합의" 파문이 일곤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밖에 현장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는 노조 전임자가 "하는 일이 있음"을 조합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을 벌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제 자기들만의, 혹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구시대적 노동행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노동운동은 진정 노동자의 권익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제부터라도 노조는 노사가 모두 사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수정해야 실익도 챙기고 국민의 지지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