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嚴弘吉.41)씨가 불혹을 넘긴 나이에 대학생이 돼 시선을 끌고 있다. 엄씨는 14일 한국외국어대학교 2002학년도 수시1학기 자기추천자 특별전형 합격자 발표 결과 중국어과에 합격, 늦깎이 대학생의 길을 걷게 된 것. 지난 79년 고등학교를 나온 뒤 곧바로 산악인의 길을 선택한 엄씨는 동양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m 이상 고봉 14개(14좌) 등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산악계에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게 된 존재. 그런 그가 새삼스레 배움의 갈증을 느끼게 된 데는 해외원정에서 겪은 의사소통문제가 계기가 됐다. 엄씨는 "네팔 등지에서는 영어가 비교적 통했는데 초오유(8천201m)나 시샤팡마(8천27m) 등 중국령내의 산을 오를 때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 고생했다"며 "그때마다 기회가 되면 반드시 중국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지난달 16일 히말라야 로체봉(8천516m) 등정으로 국제산악연맹으로부터14좌 등정을 공인, 하나의 도전을 마친 엄씨는 이제 새로운 도전앞에 가슴이 설렌다. 중국어를 마스터한 뒤 한-중 산악계 교류에 기여하는 한편, 원정과정에서 눈여겨 본 중국내의 미개척 산악지대나 오지를 관광코스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구상에도 본격 나서겠다는 것이 엄씨의 포부. 엄씨는 "20여년만에 처음 하게 되는 공부라 잘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악천후를뚫고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디뎠을 때처럼 이를 악물고 하면 못할 일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