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학의 이찬교(63) 총장은 요즘 최악의 가뭄만 아니면 매일 웃고 다니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방통대의 10년 숙원사업중 하나를 이뤄냈기때문이다. 국립대 최초로 오는9월 사이버평생대학원 과정을 개원키로 한 것이다. 사이버평생대학원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석사학위를 딸 수 있는 대학원 과정으로 행정학과 경영학과 정보과학과 평생교육과 등 4개과에서 각 50명씩 2백명을 모집한다. 대학원 개설의 필요성을 알리기위해 그동안 청와대 교육인적자원부 등을 수없이 좇아다닌 이 총장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총장은 "대부분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방통대를 선택한 학생들이 또다시 돈 때문에 대학원 과정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이젠 일반 대학원 학비의 50%로 석사과정을 밟을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 했다. 이번 첫 대학원생 모집때 산간 도서벽지 등 열악한 여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등에게 특별전형 기회를 주기로 한 것도 방통대의 창학이념을 고려한 조치다. 이 총장이 이뤄낸 숙원사업은 사실 이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24세 이하의 방통대 재학생들이 일반 대학생처럼 군입대 연기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회를 드나들면서 관련 법을 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그였다. 이 총장은 최근에는 '지역대학 신축'이라는 또다른 숙제를 풀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지난 9일 부산시 화명동에서 최신식 시설을 갖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부산지역대학' 신축 기공식을 가진데 이어 오는 22일 경기도 수원지역대학 건립을 위해 첫 삽을 뜰 계획이다. 지역대학이란 원격강의를 보완하기 위한 오프라인 수업공간으로 각 도와 시.군 등 전국 49곳에 설립된 방통대 캠퍼스인 셈이다. 부산 청주 등지의 지역대학 부지는 이 총장이 재경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해 얻어낸 것이다. 또하나의 야심 프로젝트인 새 교재 개발도 어느 정도 마무리단계에 있다. 10년동안 써오던 평생교육 관련 교재 등 1백개 과목을 시대에 맞게 이미 개편했다. 방통대는 해외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옌볜대와 손을 잡고 그곳에 제1호 해외지역대학을 설립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빠르면 내년봄 옌볜에 학교가 세워진다. 교포가 많이 사는 LA 오사카 등지에도 대학을 열 계획이다. 내년9월 정년 퇴임을 앞둔 이 총장은 "국가를 위해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방통대를 키워 왔다"며 "10년 숙원사업을 여러개 이뤘으니 후회 없다"고 말했다. 지난 72년 서울대 부설 초급대학 과정으로 문을 연 방통대는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교육복지 이념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지금까지 25만5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냈다. 초창기 라디오 방송에서 출발한 방통대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위성TV, 인터넷, 쌍방향 화상강의 등 최첨단 강의시설을 갖추고 영국 오픈 유니버시티와 함께 세계 10대 원격대학의 자리를 확고히 굳히고 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