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사고후 어린이가 "괜찮다"고 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면 뺑소니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 판사는 12일 오토바이를 몰고가다 버스에서 내리던 구모(9)군을 들이받은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가버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로 불구속기소된 유모(39) 피고인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퀵서비스 일을 하는 유씨는 지난해 11월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앞에서 정차하던 마을버스에서 내리던 구군을 발견하지 못한 채 오른쪽 어깨를 들이받았다. 당시 "괜찮냐"는 유씨의 질문에 구군은 "괜찮다"고 대답한 뒤 집으로 돌아갔으나 아들로부터 사고 소식을 듣고 몸에 멍이 든 것을 확인한 어머니 박모씨는 유씨를 찾아가 "병원에 함께 가자"고 요구했으며, 이에 유씨는 `아들이 괜찮다고 했다'며 거부했고 "그렇다면 경찰서로 가자"는 구군 모자를 남겨두고 배달 장소로 가버렸다. 윤 판사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성인이고 사고후 `이상이 없다'는 말을 했다면 도주 혐의가 성립하지 않겠지만 어린이의 경우 온전한 의사 표시로 보기 힘들다"며"이번 상황은 특가법상 도주죄 적용 여부를 가르는 경계에 놓여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 판사는 그러나 "특가법상 도주죄는 아무리 가벼운 혐의라도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이기 때문에 벌금형을 적용할 수도 없으므로 법정 형량이 조정되거나 검찰이 기소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건은 비교적 경미하기 때문에 법정 최저형을 택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