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증 환자를 위한 많은 기능성화장품이나 의약부외품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이 아닌데도 마치 치료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한독화장품의 자회사인 스펠라는 "스펠라707"이 95.8%의 높은 발모율을 기록, 탁월한 육모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서울대 의대 정명희 교수팀에 의뢰해 시험한 결과 남성 탈모증 환자 가운데 가짜약을 바른 7명은 6명이 모발수가 감소한 반면 스펠라707을 도포한 사람은 24명중 23명이 모발수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품은 행인 도인 당귀 하수오 동충하초 인삼 등 모발의 성장과 두피의 혈류촉진에 효능이 있는 생약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상품은 10여가지가 나왔으며 대부분 2년을 못 넘기고 문을 닫거나 제품을 자가폐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본적으로 두피를 자극하고 두피에 영양을 공급하는 물질만으로 탈모증치료제를 설계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스펠라측은 복합 생약물질이니 만큼 어떤 성분이 딱히 모발에 효과가 있는지는 알수 없다며 과학적 증거를 확립하기 위해 계속 연구중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대신 한가지 증거로 정 교수의 시험결과를 들었다. 정 교수가 시험관 실험(in vitro)을 실시한 결과 스펠라707은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탈모유발물질)으로 전환하는 것을 90%이상 억제해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생체내 실험(in vivo)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생체실험에서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는 것으로 입증된 것은 미국 MSD가 개발한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라이드)뿐이다. 이밖에 태평양제약의 "닥터모"나 제일제당의 "모발력"이 각각 의약부외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중 닥터모의 경우 S대학에 임상시험을 의뢰했다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자 중도포기했다. A대학에서는 머리카락이 증가한 수를 바탕으로 효과를 측정한게 아니라 아침에 머리를 감을때 머리카락이 얼마나 덜 빠지느냐를 환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한 임상시험결과가 나와 신빙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발력도 가톨릭대 등에서 임상시험한 결과 탈모방지는 물론 성모를 굵게 하거나 가는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히고 있다. 6개월 사용했더니 1백3명의 탈모증 환자에서 14.6%나 머리카락이 증가했다는 것.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이 아닌 것은 약국 이외의 넓은 시장을 노렸기 때문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발모촉진 식품으로 알려진 모리가나는 한의학서에 나와 있는 머리를 검게 만들고 자라게 하며 회춘을 돕는다는 검은 콩, 검정 참깨, 들깨, 호도, 다시마 등을 함유한 건강보조식품이다. 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지난해 아주대병원에서 3개월간 임상시험을 의뢰했다. 이 병원 이은소 교수는 "솜털이 나오는 효과는 인정되지만 더 이상의 효과는 임상시험기간이 짧아 확인할수 없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탈모는 머리에 영양분이 덜 공급돼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드물며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두피혈관의 확장과 디하이드테스토스테론의 억제를 통해서만 발모효과가 나타날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영양분이 머리카락으로 몰리거나 머리칼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사실이다. 황규왕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만 발모제로 허가했다"며 "나머지 의약부외품이나 기능성화장품의 경우 효과를 입증하는 데이터의 신뢰도가 부족해 대한피부과학회지에 실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