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사회.자연대 등 3개 단과대학이 4일 기초학문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先기초, 後실용학문'으로의 학제개편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이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특히 이들의 주장은 교육부에서 추진중인 전문대학원 도입과 맞닿아 있는 만큼 해당학과의 반발이 예상되는 동시에 그동안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던 전문대학원 논의가 앞으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개 단과대학 학장단이 이날 낮 이기준(李基俊)총장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전달한 핵심 요구사항은 사회진출과 직접 연결되는 법학과 의학, 경영대 등의 경우 학부과정을 폐지하고 전문대학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들 3개 단대의 전문대학원 도입 주장은 입학때부터 기초와 응용학문이 백화점식 병렬구조로 돼 있는 현행 학제로는 인기학과 편중현상만 심화, 학문간 불균형 발전과 기초학문의 고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기초학문을 접한 뒤 적성에 따라 전문분야를 선택하는 '先기초 後전문' 구조가 이뤄져야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이 경쟁관계가 아닌 상생(相生)관계로 전환돼 전체 학문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대학원 제도는 지난 96년 교육부가 2차 교육개혁 과제로 채택한 뒤 법조계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새 정부 들어 재추진과 시행 연기를 거듭한 끝에 일단 2003년에 의학 및 법학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교육부의 전문대학원 도입방침은 법학,의예과 입시과열과 고시열풍에 따른 법학교육 왜곡 등 현행 학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우수한 전문가를 배출한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서울대 기초학문 3개 단과대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로 서울대도 지난 99년 초 '법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설치,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아직까지 전문대학원 세부 시행안을 내놓지 못한데다 고시제도 등 사회제도 전반적 개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 해당 단과대의 반발 등 내부이견도 만만치 않은 점 등으로 비춰 볼 때 단시일내에 서울대 자체의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3개 단과대에서 이번에 의,법대와 경영대 등 특정 단과대를 '조준'함에 따라 해당 단과대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지금까지의 '기초학문 대 총장'갈등 구도가 단과대간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학교측 관계자는 "전문대학원 도입 등 학제개편 문제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앞으로 충분한 학내 공론화과정이 선행되야 할 것"이라며 "교육부와의 협의를 병행,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