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영자씨의 "살뺀 비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다이어트 약이 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비만을 치료해준다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은 줄잡아 수십종에 이른다. 살을 빼준다는 운동기구까지 포함하면 수천종에 달할 것이라는게 이 분야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이에 따라 다이어트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져 1조원을 넘나들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비만관련 의료.미용.컨설팅 기관의 이른바 "치료 프로그램"이 5천억원,비만과 직접 관련된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2천억원,운동기구시장이 1천5백억원,의약품이 2백50억여원,게다가 대체의학치료 민간요법 등 기타 연관 산업을 합하면 1조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날씬한 몸매를 선망하는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 직장인을 겨냥해 효과도 없는 상품들이 범람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범람하는 비만치료용 건강보조식품=이 계통의 식품들은 크게 △배변을 촉진하고 변비를 개선하는 하제(下劑)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섬유질 △지방질을 분해해 준다는 성분의 생약처방제로 나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다이어트 제품으로 공식 허가된 것은 없다. 엄밀히 말하면 특수영양식품에 속하는 식이섬유 가공식품이거나 저열량 식품이라는게 올바른 표현이다. 특히 대부분은 식이섬유가공식품으로 '식이섬유 10% 이상'을 차지하면 식품공전의 허가기준을 만족한다. 저열량식품은 같은 성분의 식품에 비해 '열량이 50% 이상' 감소된 것이다. 그러나 둘다 정상적인 인체기능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열량이나 영양소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정상적인 식사를 건너뛰고 이들 다이어트식품만 먹다보면 체중을 빼려다 건강만 잃기 쉽다는게 의사들의 지적이다. 특히 하제의 경우 15일 이상 계속 먹으면 장 운동이 무력해지고 장 내벽의 주름이 펴지며 더 장기화되면 빈혈 영양실조 생리불순 성장지연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강재헌 인제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제는 몸에 필수적인 비타민 무기질 아미노산까지 배출시켜 인체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게 문제"라고 밝혔다. 또 섬유질이나 지방분해식품의 체중감량효과는 의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고 말했다. ◇의약품 오·남용도 심각=의약분업 실시로 이뇨제 성분의 다이어트 약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로슈의 제니칼은 체질량지수(BMI)가 30이상인 중증 비만환자에게만 처방하도록 권장되고 있으나 조금만 과체중이어도 마구잡이로 처방되고 있다. 더욱이 이 약은 지방흡수를 저해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비만치료제로 허가가 나긴 했으나 탄수화물 위주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한국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데도 비정상일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밖에 여전히 중국 미국 등지에서 교감신경계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식욕을 떨어뜨리는 약이나 암페타민 등 각성제류가 밀수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정체 모를 요법,기구에는 주의해야=이밖에 살이 빠지게 해준다는 민간요법이나 기구는 수없이 많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몸통과 다리를 저절로 움직이게 해준다는 운동기구,살을 빼준다는 여성 속옷과 팔찌 반지 등 장신구,냄새를 맡으면 식욕이 떨어져 살이 빠진다는 향기 제품,또 바르거나 씻으면 해당부위의 살이 빠진다는 화장품과 비누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 하나 효과가 의학적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서울의 박현성형외과 원장은 "계속해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수술하지 않은 부위가 훨씬 더 살이 찌게 되고 수술 부위가 울퉁불퉁하거나 단단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재헌 교수는 "현재로서는 어떤 치료제나 식품도 비만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으며 운동과 식사요법을 병행해 꾸준히 살을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