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배구만 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배구를 포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때 ''코트의 야생마''로 불리며 국내 배구계를 주름잡던 전 국가대표 마낙길(33)씨.

그는 지금 지점장 승진을 눈앞에 둔 현대자동차 신갈영업소 업무지원과장으로 변신해 있다.

그가 배구를 그만둔 것은 지난 97년.

한국배구슈퍼리그 결승에서 삼성화재에 패한 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출중한 자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선배들에게 밀려 벤치에 앉아 있는 후배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습니다"

당시의 심경을 그는 이렇게 전했다.

은퇴를 선언하자 그의 높은 상품성을 알고 있는 광고업계와 다른 팀에서 러브콜을 보내 왔다.

하지만 돈 때문에 은퇴한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 거절했다.

운동을 하던 회사에서 근무하는게 도리라는 생각에서 현대자동차 직원으로 변신하기로 결심했다.

"20년간 운동만 해오다 갑자기 회계 공부도 하고 컴퓨터도 배우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타 출신이라고 배려해 주는 동료 및 선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일을 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직장인으로서 직무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조직에서 전혀 쓸모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두배 이상 노력했다.

영업사원들 뒷바라지를 해주는 업무지원과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융화력이다.

"조직력을 중시하는 운동선수 시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지금도 두 딸은 배구경기가 중계되면 ''아빠가 하던 건데''하며 아쉬워한다.

그러나 마 과장은 "아쉬움이 있는게 사실이지만 현재에 만족한다.

앞으로 한 지점을 맡아 국내 최고의 지점으로 만들어 보는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