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껌이 충치예방식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제과 동양제과 등 제과업체들이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왕이면 자일리톨이 들어 있는 껌을 씹겠다는 소비 심리와 맞아떨어지면서 일부 동네슈퍼에서는 구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러나 자일리톨껌에 대한 이같은 열풍은 자칫 잘못된 치과상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일리톨 주산국의 하나인 핀란드 투르크대학의 카우코 마킨넨 박사는 최근 열린 충치예방연구회 심포지엄에서 "음식을 먹고 나서 가글 또는 양치질을 한 후에 자일리톨껌을 씹으면 충치예방효과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충치는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나 스트렙토코커스 소르비누스 같은 충치유발세균에 의해 감염 또는 악화된다"며 "자일리톨은 이들 세균을 지치게해 쇠잔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즉 충치유발세균은 포도당 과당 젖당 같은 육탄당을 먹고 젖산을 분해해 치아를 부식시킬 뿐만 아니라 끈적거리는 불용성 다당체인 글루칸을 합성해 플라크 형성을 촉진함으로써 충치를 유발한다는 것.

그러나 오탄당인 자일리톨은 충치유발세균 속으로 일단 들어갔다가 대사가 되지 않고 다시 배출되기 때문에 세균에게 "소화불량"과 "설사"를 유발시켜 기진맥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킨넨 박사는 "지난 72년 핀란드는 설탕소비량이 많았던 탓에 어린이 충치율이 90%에 육박했다"며 "범국민적인 구강보건법을 제정해 실시한 결과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음료 및 과자 제조업체에 대해 높은 설탕세를 부과하고 설탕을 대체감미료인 자일리톨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자일리톨은 또 급격한 혈당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며 대사될때 인슐린을 덜 소모시키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한 감미료로 손꼽히고 있다.

또 구강세균을 억제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아기에게 전염되는 충치감염과 유스타키오관(耳管)을 통해 구강세균이 귀로 번져 생기는 중이염의 발생빈도를 낮춰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일리톨껌이 완전한 충치예방식품은 아니다.

문혁수 서울대 치대 교수는 "충치예방에는 식후에 이를 닦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며 자일리톨성분은 충치세균의 밥이 되지 않는 여러가지 대체당 가운데 가장 나은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껌이든 당분만 적다면 오래 씹는 과정에서 타액이 나와 젖산을 희석시키므로써 상당한 충치예방효과를 발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젖산을 희석시키고 흡착하는 섬유소(야채나 과일)처럼 평소 먹는 음식 가운데 충치를 예방하는 식품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충치는 구강세균 외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생겨난다는게 치의학계 정설이다.

즉 충치는 타액의 분비량, 치열의 형태, 치아의 화학적 조성, 음식 먹는 횟수, 음식의 성분, 구강세균에 저항하는 유전자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발생빈도가 좌우된다는 것.

따라서 자일리톨성분이 충치를 완전하게 예방해 줄수 있다는 맹신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