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고의 ''글로벌파이낸싱(국제금융)팀''으로 자타의 공인을 받던 (주)대우의 ''런던지사'' 출신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는 신세로 전락했다.

''런던스쿨맨''으로 불리는 이들의 대표 주자는 강병호 전 (주)대우 사장.이들의 대부분은 김우중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들로 ''성골 중의 성골''이라는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다.

김 전 회장이 70년대 초반 국내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대우 런던지사를 설립하면서 자금을 담당하는 쟁쟁한 멤버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룹의 ''이너서클''을 형성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이 바람에 "대우그룹은 삼성이나 현대에 비해 지나치게 특정고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주의 학연인사''가 만연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런던스쿨맨들은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이 고비를 겪을 때마다 자금줄을 트는 수완을 보여 과거 ''삼성 비서실''과 함께 재계에서 ''파워엘리트그룹''으로 주목받았다.

대우 관계자는 "런던지사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대우그룹이 리비아 등지에서 중동 건설붐을 타면서 런던을 거점으로 외자재를 일괄적으로 구매해 중동에 공급하고 자재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출범했다"며 "김 전 회장이 세계경영의 기치를 들면서 해외자금관리를 거의 총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때부터 런던스쿨맨들은 런던시티(금융가)의 금융인맥들과도 안면을 넓히면서 국제금융통으로 노하우를 다져나갔고 ''세계경영''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구속된 강 전 사장의 경우 김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로 런던스쿨의 간판스타격.

그는 런던지사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한 금융 베테랑으로 대우자동차와 대우통신 사장까지 지낼 정도로 김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초고속 승진 신화로 유명한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도 런던스쿨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는 런던에 있을 때 리비아에서 공사대금으로 받은 원유를 해외에서 정제해 팔기 위해 네덜란드 앤트워프 정유공장 인수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주호 전 대우자동차 사장도 경기고 서울상대 출신으로 런던스쿨을 거쳤다.

마지막까지 런던지사를 지킨 이동원 전 부사장은 대우자동차와 (주)대우를 넘나들며 그룹의 유럽내 사업을 총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에 구속된 이상훈 전 (주)대우 전무도 런던스쿨 출신으로 전해졌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