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학년도 주요 대학 정시모집에서 상당수 수험생들이 합격위주로 하향안정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능시험이 유례없이 쉽게 출제돼 상위권 학생들이 크게 늘고 점수폭도 좁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득점자들이 상위권대 인기학과를 피함에 따라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크게 높아져 일부 대학의 경우 전체 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인기·비인기학과간 양극화현상도 심해졌다.

취업전망이 밝은 유망학과와 예체능계 등에 지원자가 몰린 반면 인문계열에는 지원자가 크게 줄어 최근의 취업난과 ''신세대풍''을 반영했다.

한편 원서접수 마지막날인 이날 대부분 대학의 접수창구는 오후 들어 ''눈치작전''을 펼치는 수험생들이 몰려들면서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막판 ''소나기 지원''을 했다.

이 때문에 창구가 극심한 혼잡을 빚은 것은 물론 일부 대학에서는 마감시간인 오후 5시를 훨씬 넘긴 밤늦게 원서접수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하향안정지원=유례없이 쉬웠던 수능시험 탓에 불안을 느낀 수험생들이 특차에 이어 정시에서도 하향안정지원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였다.

특히 내년부터 새 대입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재수기피 현상까지 겹쳐 이런 추세를 더욱 부채질했다.

또 특차에서 대거 탈락한 고득점자들과 경쟁하는데 부담을 느낀 수험생들이 ''눈높이''를 한단계씩 낮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최종 원서접수 마감 결과 서울대 3.34대 1,연세대 4.80대 1,고려대 4.75대 1,포항공대 3.38대 1,이화여대 4.4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경희대 11.04대 1,숙명여대 6.5대 1,한국외대 6.48대 1,한양대 8.4대 1,중앙대 6.33대 1 등으로 중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높았다.

◆취업보장형 학과 인기=경영 경제 등 전통적인 인기학과들은 경쟁률이 낮아지거나 예년 수준에 머문 반면 취업전망이 밝은 실용학과의 경쟁률은 높았다.

한양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는 무려 1백4대의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컴퓨터교육과(7.38대 1) 예술학부 영상학전공(9.67대 1) 약학부(5.28대 1) 등이 학교 전체 경쟁률(4.19대 1)을 웃돌았다.

특히 예술학부 연기예술학전공은 30명 모집에 1천2백38명이 지원,41.2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경희대는 관광학부(서울)가 40명 모집에 1천7백88명이 지원해 44.70대 1,국제경영학부(수원)가 21명 모집에 9백25명이 지원해 44.0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앙대는 체육교육과(16.86대 1) 문헌정보학과(8.80대 1) 신문방송광고홍보계열(8.33대 1) 안성 캠퍼스 연기전공(21.77대 1) 등이 인기를 끌었다.

◆복수지원 증가=네차례의 복수지원 기회를 모두 활용하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한 수험생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합격자 발표후 무더기 미등록 사태가 빚어지고 이로 인한 연쇄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합격선 분석=입시전문가들은 서울대 특차 탈락 고득점자들이 몰린 연·고대 상위권 학과와 중위권 대학들의 합격선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