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과 주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까지 주머니에 복권 한두장은 가지고 있을 정도다.

불황과 퇴출 등으로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벤처기업가가 순식간에 수백억원을 벌고 금융기관에서 수천억원씩 빼돌린 얘기들이 회자되면서 소시민들은 더욱 ''대박''의 허황된 꿈에 기대를 걸게 됐다.

여기에다 정부가 복권 발행기관을 늘리고 복금을 대폭 높인 것도 복권구매 열기를 자극했다.

◆판매 추세=대부분의 복권이 지난 10월말이나 11월말로 작년 연간 판매실적을 넘어섰다.

대부분 올해 연간 판매액이 사상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작년에 연간 79억원 어치가 팔린 복지복권의 경우 지난 9월말까지만 1백92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올해 연간 판매 예상액은 2백33억원으로 작년의 3.2배에 달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쓰이는 자치복권은 올해 연간 판매액이 1백36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보다 72.2%나 많은 액수다.

체육복권은 10월말까지 6백91억원 어치가 팔려 작년 연간 판매량(5백74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올해 연간 판매예상액은 작년보다 44.6% 늘어난 8백3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밖에 주택복권 기술복권 기업복권 등도 5∼15%의 판매증가가 예상된다.

◆복권 마케팅 확산=유통업체와 인터넷기업들이 경품이나 사은품으로 복권을 나눠주는 게 유행이다.

과거엔 불건전해 보인다는 이유로 복권 제공을 꺼렸으나 요즘은 대량으로 구입해 길거리에서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술집이나 음식점 오락실 등도 대량구매 고객이며 심지어는 대학가 서점까지 홍보용으로 복권을 나눠줄 정도다.

이같이 복권 수요가 늘어나자 복권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만 30여개 복권전문 사이트가 성업중이며 일반 인터넷 사이트들도 복권과 유사한 코너를 만들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은 복금이 큰 외국의 복권사이트를 주로 활용한다.

◆폐해=전문가들은 복권의 ''사행성''을 우려한다.

근면하게 일해 부(富)를 축적하려는 의욕을 감퇴시켜 사회를 불건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1천∼2천원으로 최고 수천만원까지 탈 수 있게 만든 외국의 복권사이트에 빠져 하숙비나 등록금을 날리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복권 중독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두번 사다보면 끊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계속 당첨이 안되면 ''본전생각'' 때문에 다시 사게 되고 당첨되면 계속 ''행운''을 바라고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면 으레 즉석식 복권을 구입해 ''긁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아예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고려대 박인원 교수는 "제도권에서 발행하는 복권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국민이 낸 돈으로 재원을 조성해 공공목적에 사용하자는 취지지만 실제로 복권구입자들은 영세서민층이어서 당첨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저능력자가 ''강제 기부''를 당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한탕주의''를 ''권장''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합리적인 다른 재원조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