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는 ''실업대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공공근로나 생계지원 등 단기적 처방만으론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사회안전망을 보강해 실직자를 보호하되 산업구구조정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시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근로자 보호와 산업체질 강화를 패키지로 추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 단기대책 =우선 실업자의 생계유지와 재취업을 위한 단기대책부터 보강하라는 지적이 많다.

유길상 노동연구원 고용보험연구센터 소장은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경기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했다"며 "당장 부담이 되더라도 공공근로를 확대하고 한시적으로라도 구호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도 실업예산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쇄도산을 막고 금융시장의 경색을 푸는 조치도 시급하다는게 경제계의 의견이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구조조정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내수경기를 살리고 증시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연쇄실직을 막기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에 정부 출자를 늘려 보증한도를 키우는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장기대책 =길게 보면 고임금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산업구조를 고기술 중심으로 이끌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한다.

훈현택 싱가포르 국립대학 교수는 "선진국들로부터 기술이전이 촉진되도록 무역정책을 쓰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들로부터 연구개발(R&D) 투자가 들어오도록 환경을 조성, 기술발달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제나 금융 등 제반 여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지 않은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에 정부가 벤처기업 창업을 인위적으로 유도했던 것처럼 미래형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위한 재정투자도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 노동시장 개편 =고용을 창출하고 실업자를 보호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윤을 내지 못하는 부문과 기업의 인력과 자금이 경쟁력 있는 분야로 재배치되도록 시스템이 구비돼야 한다는 말이다.

류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한계기업 정리를 머뭇거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노동법상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가 가능한 데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자산배분을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10년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시에 근로자들도 회사상황을 알 수 있게 하고 실업자는 가장 빠른 시일내 재취업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대우자동차의 노사간 고용보장 합의를 방치해 오다가 갑자기 노조 동의서를 요구한 뒤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부도처리했다"며 "채권단은 거래기업이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정기간 뒤에는 인위적인 감원이 불가피함을 알려주는 ''고용조정 조기경보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의 임금교섭 양태가 바뀌고 근로자도 대비할 수 있게 되며, 정부도 향후 실업규모를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선진국과 같이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그때그때 맞춰줄 수 있는 고용시장 정보센터를 세워 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구조조정 시책을 펼 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가경제적인 차원에서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것인 만큼 사회 전체가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있도록 사전정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정위원회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인력감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근로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구조조정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욱.유영석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