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선수단의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공동입장은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인 남북한이 통일을 향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역사적 메시지를 전세계에 던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올림픽 개막식이 중계된 15일 밤 2백개 참가국중 96번째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경기장에 들어오는 남북선수단의 모습이 TV에 비쳐지자 국민들은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태풍 시오마이의 한반도 상륙,주가 폭락,정치권 표류 등 온갖 악재로 위축된 국민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비롯해 본부석 귀빈들과 10만여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남북선수단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지켜보고는 우리의 통일 여정이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북 5도민회 이성만(65) 총무부장은 "마치 통일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며 "관중석에 있던 외국인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모습으로 보고 가슴이 뿌듯했다"고 기뻐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라토너 황영조(30)씨는 "통일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며 "스포츠가 통일을 앞당기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정민숙(38.주부.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TV에서 인공기를 애써 보여주지 않었던 과거가 엊그제 같은데."라며 "빠르면 2004년 올림픽부터 남북이 최정예의 선수를 함께 선발,단일국호로 참여할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향민인 송영재(75.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는 "종전에는 적대시했던 남북선수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입장하는 광경을 보면서 남북화해협력시대를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북한 계관시인인 오영재씨의 동생 오형재(62.서울 시립대 교수)씨는 "남북한 동시입장은 순간적으로 같이 입장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남북한 사람의 마음까지 하나가 되는 현실이 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