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40대 중반에 들어서면 갱년기의 특징적인 증세들을 겪게 된다.

신체적인 특징중의 하나가 폐경후증후군으로 시달리게 된다는 것.

또 라이프사이클상으론 남편 시부모 자녀들과 대립 갈등을 겪는 정신적인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한국사회도 선진국처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오는 2020년께에는 한국여성의 평균수명이 80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폐경기이후 30년이상의 긴 세월동안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의학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 다양한 극단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우선 별 이유없이 얼굴이 달아오르고 식은 땀이 줄줄 난다.

혈관의 신축성이 떨어지고 혈중 지질농도가 올라가면서 심장박동이 점진적으로 빨라진다.

생활하는데 커다란 불편을 주는 골다공증의 불행이 싹트는가 하면 비뇨생식기 계통의 위축으로 질이 건조해지고 가려워져 성욕이 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의 발생위험도 높아진다.

외견상으로는 피부가 얇아지고 주름살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등이 생기거나 치매의 초기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정신적으로 겪는 압박은 더 심하다.

남편에 대한 불만과 무관심이 노골화되는 중년의 위기가 찾아온다.

고부간 갈등과 머리가 굵어진 자식과의 의견충돌, 사회 활동의 제한으로 오는 무기력 등을 호소하는 중년여성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 방법으론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호르몬대체요법 △정기적인 성인병 검진 △가벼운 운동 △식단 개선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의학계는 특히 여성 호르몬 결핍증이 중년여성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65세 이상 여성의 중요한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은 30∼60% 가량이 호르몬대체요법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다공증은 미국의 경우 50세 이상 여성의 15%가 척추압박골절로 등이 휘거나 거동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와 있다.

특히 80세를 넘긴 여성은 거의 모두가 신체 어느 한 곳이 골절돼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65세 이상 여성의 3분의 1은 평생에 한번쯤 교통사고나 외상에 의한 골절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골절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도 역시 호르몬대체요법으로 50% 정도는 줄일 수 있다.

이로써 호르몬대체요법은 여성의 전체적인 사망위험을 20∼40% 낮춘다는게 미국 폐경의학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다.

이들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망위험이 1940년대부터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호르몬대체요법이 시작된 때와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폐경기에 노출되는 건강상의 위험이 △정기검진을 통한 성인병 암의 조기발견 △생활패턴 개선을 통한 건강지향적인 삶 △발달된 신약과 수술기법 등의 도움으로 크게 줄어들어 여성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록 여성호르몬대체요법이 완벽한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로부터 호르몬대체요법에 대한 장점과 위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환자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히려 필수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은 식단을 개선하고 가벼운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 도움말 = 유한기 이대 동대문병원 산부인과 교수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