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소르망 약력 >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졸업
<>프랑스 문명비평가,저술가,파리 교외 블로뉴 비앙크루시 부시장 <>저서:미국의 보수혁명(83년),최소국가(85),러시아를 도와야 하는가(90),야만족을 기다리며(92),자본론 그 이후와 종말(94),프랑스에서의 아름다운 날(98)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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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가 탁월한 예술가를 보유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자산입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전경련,기업메세나협회,세계경제연구원 공동주관으로 열린 "기업과 문화예술의 연대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주제발표를 하기 위해 방한한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씨는 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 문화예술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밝혔다.

한국방문이 15번째인 그는 이날 오전 코리아나호텔 7층 로얄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창의적인 경영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문화예술의 창작 활동을 돕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기업의 문화지원사업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선 정부의 지원 못지 않게 기업의 후원이 중요하다"며 "문화적 가치는 바로 경제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경제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나라들은 모두 강력한 문화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

예컨대 독일은 고품질과 기술,프랑스는 패션과 삶의 질,일본은 정밀과 섬세한 아름다움,미국은 탁월한 품질과 서비스,이탈리아는 우아한 세련미 등이라고 말했다.

기 소르망씨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후 전통극단 영화 등의 문화를 해외에 적극 소개한 결과 30년대 조잡한 싸구려 상품의 이미지를 세련된 상품의 평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이 88년 서울 올림픽경기때 로고 등 전시작품들과 행사분위기를 한국 고유의 것보다는 현대적 감각에 맞추는 바람에 마케팅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서구 언론인들이 한국에 와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볼 수 없는 한국적인 것을 찾았기 때문에 "보신탕 판매금지"조치와 보신탕 식당을 찾아 보도하는 데 바빴다는 것.

기 소르망씨는 "오는 2002년 한.일 공동월드컵 경기때는 한국이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다른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접목시켜 보여주는 홍보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난 96년과 97년 두 차례 북한정부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는 "북한의 문화는 과거 역사를 그대로 재현시키는 거대한 문화 박물관이나 무덤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전통 음악과 무용을 완벽하게 재연하고 있으나 창작성은 없어 보였다"고 평가했다.

기 소르망씨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방북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면서도 "북한은 경제난 속에서 지도층이 벤츠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등 이해할 수 없고 예측불가능한 집단이기 때문에 남북한간의 관계변화에 기적을 바라지 않는 게 좋다"고 북한의 개방의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북한은 한국의 정책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변화하지 않으며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싸워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일부에서 기대하는 대로 남북한간에 연착륙(Soft Landing)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 소르망씨는 남북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북한은 진정한 개혁 개방의지가 없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통일을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라고 강조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