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에만 이산가족이 있는 것이 아니다. 태평양 사이에도 이산가족이 있다"

지난 19일 워싱턴지역의 한인단체들이 "영주권을 신청했던 경력이 있는 한국인에겐 주한 미국대사관이 좀처럼 방문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비난한 목소리다.

이민을 신청하면 그 신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평균 10년은 걸린다는 게 이곳 이민변호사들의 얘기다.

한.미간 왕래가 잦은 요즈음 미국에 거주하는 자녀들과 같이 살기 위해 이민신청을 낸 부모들이 이민허가가 떨어지기 전,손자의 대학졸업식에 참석해야 할 때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들은 "이민비자" 이외에 "방문비자"를 이중으로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대사관은 이민신청이 계류중임을 이유로 방문비자를 거부한다.

자연히 졸업식 참석은 물거품이 된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유학생이 미국회사에 일자리를 얻어 이민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민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미국에서보다 더 좋은 직장이 생겨 귀국,한국에서 근무하는 일도 흔하다.

이때 한국 회사는 다른 직원보다 영어가 능통한 그를 미국에 출장보내려고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방문비자 신청서에는 "이민신청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 난이 있다.

이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면 주한 미국대사관이 자동적으로 비자 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를 의식해 여행사는 방문비자신청 고객들에게 "이민신청을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오"라고 답할 것을 권고하는 예가 많다.

거짓 증언 덕분에 방문비자가 일단 떨어지기는 하지만 정작 이민비자 심사를 받게 되면 미국대사관은 신청인이 "거짓증언"을 한 사람이라는 명백한 증거 하나를 갖게 된다.

거짓 증언을 한 사람에게 이민허가가 떨어질 리 없다.

결국 미국대사관의 "이민불가 결정"으로 가족상봉이 봉쇄되고 태평양을 사이에 둔 이산가족 하나가 늘게 된다.

이들 이산가족에 대한 한인단체들의 우려와 문제제기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영사의 이민심사 과정중 재량권 행사에서 편견과 차별의식이 배어 있다는 한인단체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이날 회견장에서 내놓지 못한 것은 결정적인 아쉬움으로 남는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