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의원들이 문을 닫고 종합병원의 전공의들이 파업한 첫날인 20일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병원을 전전하던 노인 환자가 끝내 절명했고 단골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환자가 사경을 헤메고 있다.

119로 긴급후송된 환자들 마저 병원들이 박절하게 입원을 거절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갑자기 병을 얻은 환자들은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이 병원이냐"고 아우성을 쳤지만 의원들은 문을 걸어 잠금채 묵묵부답이었다.

대학병원은 인턴과 레지던트도 없이 교수들이 환자를 받았지만 손이 딸려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었다.

경북 영천의 70대 노인이 영천과 대구지역 병원 3군데를 전전하다 14시간만에 숨지는 등 우려하던 의료대란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났다.

영남대의료원에서 우측 동맥류 파열로 일반외과 수술을 기다리던 이모(77.경북 영천시 고경면 삼귀리)씨가 19일 오후 10시10분께 숨졌다.

이 씨는 이날 오전 8시께 경북 영천시 영남대부속 영천병원에서 복막염 진단을 받았으나 낮 12시께 대구의료원으로 후송돼 CT촬영 등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우측동맥류 파열 진단이 내려졌다.

이씨는 그러나 이날 오후 4시30분께 영남대의료원으로 옮겨졌으며 오후 6시40분께 심장마비를 일으킨 뒤 오후 10시10분께 숨졌다.

이씨 가족들은 영천서 1차 진단을 받은 뒤 종합병원에 폐업이 예정돼 있어 정상진료를 하는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했으나 이곳에서 다시 수술능력이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권해 영남대 의료원으로 옮겨 수술을 기다리다 숨졌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동맥류 파열이 일어나면 부족한 혈액 보충을 위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면서 "이 때문에 심장마비가 올 가능성이 높으며 응급 치료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영남대 의료원측은 "정상적인 진료 수순을 모두 밟았으나 워낙 고령의 환자라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