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의약분업을 앞두고 의약품 유통시장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동네약국들이 하나둘씩 합쳐지면서 대형화.체인화.기업화해가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전자상거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규모 도매상은 무더기 도산에 직면했다.

제약업계서는 전문의약품과 유명한 일반의약품을 갖춘 제약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며 의약품도매상과 약국을 제압해 나가고 있다.

도매상이 쥐락펴락 하던 시절은 이미 옛날얘기다.

<>약국들의 변신=약국들이 대형화돼 가고 있다.

요즘 새로 생기는 약국은 최소한 30평이상이다.

주차장과 넓찍한 고객 대기공간을 확보한 1백평 규모의 편의점 겸용 약국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체인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온누리건강 메디팜 파마토피아 베데스다 옵티마케어 건강공동체 협동약원 등의 약국체인들은 인테리어를 통일하고 자체상표를 단 의약품을 공급하는 데 이어 제약사나 의약품 도매상과 직접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약국체인들은 대형병원 주위를 점유해 가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전국 1만9천여개의 약국중 7천여곳이 체인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약사들은 앞으로 체인에 가입하지 않은 약국은 독자생존이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의 종로 남대문 영등포 청량리 일대나 대도시의 대형약국들은 처방조제 전문약국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종로 백수약국의 채석병약사는 "표준소비자가격제도 폐지와 의약품실거래가상환제 실시 등으로 "저가 박리다매식"의 영업전략은 더이상 불가능해 졌다"며 "대형약국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추어 취급약품이나 거래방식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문 제약사들의 입지 강화=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의약분업으로 호기를 맞고 있다.

품질과 효능이 우수해 의사들이 집중적으로 처방할 것이기 때문에 종전처럼 약국이나 도매상에 저자세를 보이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약품을 공급하면서 현찰이나 추가적인 담보를 요구하는 등 벌써부터 목청을 높이며 도매상과 약국 "길들이기"에 나섰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 도매업소의 경우 의약품대금 회수기일이 2백40일이나 됐다"며 "현금결제를 해주는 다국적 유통회사를 통해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현찰을 주던지,어음일 땐 3개월이내로 주어야 약품을 줄 수 있다며 고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의 경우 최근 1년새 출하량이 41.5%나 올리는등 "배짱장사"를 하고 있다.

국내제약회사중에도 중외제약 동아제약 한독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같은 전문치료제나 유명한 일반의약품을 많이 확보한 업체들은 앞으로 이미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생산과잉으로 출혈경쟁을 벌였으나 우수한 회사는 더욱 성장하고 영세 제약사들은 무더기 도산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4백50여개 제약사중 1백50위권 밖의 영세사들은 도산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이버거래 확산=제일제당의 팜스넷,삼성의 케어캠프닷컴,SK의 케어베스트 등 대기업들이 의약품 전자상거래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온누리건강 메디팜 등 약국체인도 각각 메디온과 메디캠프닷컴이라는 전자상거래사이트를 만들었다.

지역약사회나 제약회사,의.약사친목단체 등이 만든 사이트까지 합치면 현재 의약품 전자상거래회사는 40여개에 달한다.

요즘도 매달 3~5개가 새로 생기고 있을 정도다.

이로인해 의약품도매 업계에도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일 전망이다.

도매상의 3분의 1 정도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