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어지간하면 "두자릿수"이고 50%까지 올린 곳도 있을 정도다.

외형적으로는 "한자리 수"로 조정한 기업도 이면적인 지원을 합칠 경우 연간 지급액은 대부분 두자릿수 이상이다.

이로인해 경총이 제시했던 임금가이드라인(5.6% 인상)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같은 고율의 임금 인상을 두고 노동계는 "IMF 기간중 받지 못했던 임금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생산성을 웃도는 수준으로 임금이 오르고 있어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2일 노동부와 업계에 따르면 경제상황 호전과 인력난을 반영,정보통신(IT)업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업체인 두루넷은 최근 사원대표와 협상을 갖고 임금 총액을 27.3% 올리기로 결정했다.

PC통신 운영업체인 나우콤은 임금을 평균 21% 인상했다.

유니텔은 지난 4월부터 임금을 평균 18% 올렸다.

조종사노조의 파업 결정으로 홍역을 치렀던 대한항공은 대리급이하 사원의 임금을 총액 기준 24.3% 인상했다.

과장급이상 직원을 포함하더라도 임금상승률은 18.4%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96년 임금을 5.6% 올린 이후 임금을 조정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2천6백억원의 이익을 올리는 등 경영성과가 좋았던 데다 경쟁사와의 임금 격차를 감안해 4년만에 큰 폭으로 임금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중외제약은 최근 올해 연봉을 평균 15.1% 올렸다.

종근당은 대리급이하 직원의 임금 총액을 13.4% 인상했다.

OB맥주는 동아제약 이화의료원 등은 11~13%를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대기업그룹 계열의 제조업체들도 외형상으로는 6~7%를 올렸지만 성과급이나 이익분배제를 포함할 경우 임금 상승폭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임금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주식을 나누어 준 곳도 있어 근로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훨씬 많게 된다.

일부 기업은 전체 근로자를 상용직에서 1년단위의 계약직으로 바꾸면서 연봉을 40~50%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임금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임금 협약인상률은 지난 1.4분기 9.0%(10인이상 사업장 실제 임금 기준)에서 2.4분기에는 15% 안팎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31일 현재 출판인쇄 및 기록매체복제업(15.7%)과 화학물 및 화학제품제조업(12%)에서는 이미 협약임금 인상률이 두자리수를 넘었다.

작년 1.4분기엔 임금인상률이 불과 1.0%에 그쳤었다.

이에대해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임금과 상여금 반납 등 근로자들의 자제로 사상최악의 경제위기를 넘겼다"며 "경제가 호전돼 기업이 많은 이익을 올렸다면 근로자가 그 혜택을 나누어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태 경총 조사2부장은 "지금과 같은 고율의 임금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를 외환위기로 몰고 갔던 고비용.저효율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며 "정부는 물가안정과 근로소득세 인하를 통해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기업은 성과배분제를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