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된 4천여개의 휴대폰 및 삐삐 음성사서함의 비밀번호를 기기소지자가 변경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감청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청에서는 예산에 반영되지도 않은 감청설비를 9억2천만원 상당 구매한 사실이 적발돼 감청장비도입용 "유령예산" 편성의혹을 증폭시켰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기간중 정부의 감청 및 민간의 불법도청 실태를 감사한 결과 모두 33건의 위법.부당사항을 발견,시정조치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정부기관의 감청분야에 대한 감사는 지난 48년 감사원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음성사서함 감청절차 불합리=휴대폰과 무선호출(삐삐)의 음성사서함 감청은 한국통신 등 통신사업자가 메시지 내용을 녹음해 수사기관에 제출토록 돼 있다.

그럼에도 정보통신부는 비밀번호 자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도록 관련 지침을 잘못 시달했다.

그결과 지난 97년1월부터 99년6월까지 2천3백회에 걸쳐 3천5백여개의 휴대폰,무선호출 음성사서함 비밀번호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

긴급감청 목적으로도 5백50여개의 비밀번호가 제공됐다.

감사원은 "감청대상자가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는한 법원의 허가기간이 지나도 수사기관이 계속 감청가능해 남용의 소지가 있다" 지적했다.

<>법정 감청기간을 초과한 감청=범죄수사 목적의 감청은 3개월을 초과해 허가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인천중부 등 3개 경찰서가 법정 허가제한기간 보다 4일 내지 2월26일을 초과해 감청허가를 신청,법원의 허가를 받아냈다.

또 전화국의 감청협조 전담직원(시험실장)이 전남지방경찰청 소속 수사관 등의 부탁으로 법원허가전에 감청 전용회선을 개통하거나 법원의 허가기간 만료후에도 감청전용회선을 철거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감청설비 인가 및 구매문제=9개 감청설비 수입.제조업체는 정통부장관의 인가도 받지 않고 49회에 걸쳐 감청설비 8종 13억여원어치를 수입.제조해 판매했다.

아울러 경찰청(1종 5억9천만원),관세청(3종 3억4천만원),대검찰청(4종 1억4천만원)은 인가여부를 모른 채 이들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우기 경찰청에서는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감청설비 9억2천만원 상당을 구매했다.

<>검찰,국가정보원 등 감사제외=감사원은 "국가정보원 감청은 국가정보원법의 감사원 감사제한규정에 따라,검찰 등 수사기관의 감청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외부기관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각각 감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기무사 등 군 수사기관도 감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특히 통신비밀보호법 제11조의 외부기관 공개금지 조항때문에 감청한 내용은 물론 감청허가 신청서,청구서,허가서 등 감사에 핵심적인 관계서류 접근이 불가능해 사실확인에 애로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