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은 근로자의 날.

산업현장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이 모처럼 쉬면서 그간 누적된 피로를 씻어내는 날이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노동절 110주년인 1일 기념식을 갖고 노동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투쟁 의지를 다진다.

이같은 노동계 움직임에 대해 정부와 사용자측은 우려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조는 IMF한파 기간중 낮아진 임금 및 복지수준을 원상회복시키기 위해 파업 등 강경수단을 무릅쓸 태세다.

대우.쌍용자동차의 해외매각을 저지하려는 노동계의 반발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대해 사용자측 역시 아직 모든 것을 되찾을 때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투신사 등 일부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도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노-노갈등이 표면화된다는 것도 올 노사관계를 위협하는 다른 변수다.

부산 신선대.우암터미널의 파업사태,전국철도노조의 내분,직장.지역의료보험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노총 합법화이후 양대 노총간의 세 싸움이 본격화된 데다 2002년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현 노조 집행부와 반집행부간의 알력이 노골화되고 있어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강력히 요구중인 근로시간 단축도 자칫 노사간 갈등의 골을 깊게하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노동계는 법정근로시간부터 줄인 뒤 퇴직금 등 임금제도를 개선하자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동시에 다뤄야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IMF관리체제동안 국내 노사관계가 신뢰속에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단계로 도약하는 데 실패한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초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대변되는 국내 노사문화가 상당히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렇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노사간 불신이 확대되는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위기에서 노사가 참여와 협조속에 경쟁력 회복을 통해 생존의 기반을 마련한 선진국의 기업과는 딴판이었다.

노조가 없는 일부 기업은 종업원을 내쫓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노조가 있는 기업은 감원을 노조 약화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노조의 대응에도 잘못이 많았다.

투쟁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일부 노조 간부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보다는 인위적인 감원은 안된다며 파업으로 맞서거나 거리로 뛰쳐나갔다.

물론 지난 2년간 "대기업불사" 및 "평생직장"이란 신화가 철저히 파괴되면서 고용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근로자간에 확산돼 노사관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아직 노조로부터 믿음을 얻기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데 별 관심이 없는 사용주도 많다.

노조도 당장의 임금이나 수당을 올리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공선표 삼성경제연구소 이사는 "이윤분배제와 성과급제가 속속 도입되는 현실에서 노조는 근로자의 능력개발을 위한 사용주 측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한다"며 "평생직업시대를 맞아 근로자 본인의 시장가치나 몸값을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식기반정보사회에서 기업의 핵심자원은 근로자다.

회사는 인적자원을 경쟁력 확보의 원천으로 인식해야 한다.

노조도 구태의연한 투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열린 경영 <>근로자 참여속의 작업장 혁신 <>노사공동협의 활성화가 바로 그 과제다.

이런 작업들은 노사 공동으로 진행돼야 한다.

또 불신을 줄이기위한 구체적인 노사협력 프로그램이 사업장별로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4월29일 과천청사에서 근로자의 날 포상자 시상식을 갖고 신노사문화창출에 기여한 근로자와 노조간부,사용자 3백82명을 격려했다.

최고의 영예인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민영식 파라다이스산업 생산과장과 강성천 전국자동차노련위원장,이동윤 세림제지 대표이사가 바로 "노사 한몸"을 실천한 주역들이다.

민 과장은 소아마비로 인한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조립공에서 생산과장에 오를 때까지 생산성향상을 실천했다.

강 위원장은 버스운전기사의 근로조건 개선에 앞장서 오면서도 평화적인 임단협교섭 체결을 통해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받았다.

이 대표는 근로자와의 경영정보 공유와 노조의 건전한 경영참가를 이끌어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킨 최고경영자다.

이와함께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허한 한화 노조위원장과 문춘화 화학노련부위원장의 공적도 눈부시다.

화합과 협력을 통해 노사간 "상생의 원칙"을 실천해온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오늘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해 보자.

< 최승욱 기자 swchoi@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