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격 국가공인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처간의 합의가 안돼 계속 미루다가 서둘러 작업을 시작했으나 하반기부터는 절차가 완전히 달라지는 데다 형평성 시비 등을 우려한 각 부처의 소극적인 자세로 실제 공인작업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26일 교육부와 노동부 등에 따르면 자격기본법이 만들어진 뒤 3년이 지나도록 단 한건도 공인을 내주지 않다가 민간기관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패소하자 정부가 이달부터 민간자격증 공인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행 법(자격기본법)이 하반기에 새 법(자격의 관리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으로 통합되는 데다 통합법에는 공인절차가 다르게 돼 있어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군다나 각 부처는 공인신청만 받고 새 법이 시행될 때까지 공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분위기 여서 국가공인을 기다리던 민간자격증 소지자들만 혼선을 빚게 됐다.

현재 "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 접수.조사-자격정책심의회 검토-소관부처 판정"으로 돼있는 공인절차는 새 법이 시행되면 "소관부처 접수-직업교육훈련심의회 상정-직업능력개발원 조사-심의회 검토-소관부처 판정"으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자격증 공인절차가 현재의 3단계에서 5단계로 늘어나게 된다.

또 공인과정에서 부처의 영향력도 커지게 되는 등 민간자격 활성화와 규제완화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상반된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민간자격 국가공인 주관기관인 직업능력개발원이 이미 28일 마감 예정으로 지난 24일부터 신청서를 접수받고 있어 새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민간자격 관리업체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새 법이 시행되면 신청창구가 중립적 성격을 띈 직능원에서 민간자격 관리 업체와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각 부처로 바뀌어 절차와 과정이 복잡해지고 공인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 기관의 관계자는 "소관부처가 신청을 받아 심의회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면 실제로 공인을 받을 수 있는 민간자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어떤 부처는 공인을 쉽게 해주는 반면 일부 부처는 공인을 까다롭게 제한,자격증 간에도 형평성에 시비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시비가 일자 각 부처는 일단 공인신청을 받아 놓은 뒤 새 법이 시행될 때 까지는 가급적 공인을 해주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새 법에 따라 공인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법만 정해놓고 시행은 안되는 파행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직능원이 작년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백50여개의 민간자격중 65개 기관에서 운용중인 1백60여개 자격이 공인 신청요건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직능원은 이번 접수기간중 57개 기관의 1백여개 자격이 공인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업과 교육과정이 다양화되고 있어 앞으로 공인을 신청하는 민간자격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97년 자격기본법을 제정,민간자격 국가공인 사업을 할수 있게 했지만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그동안 공인실적은 한건도 없었다.

직능원은 작년 11월 한국정보관리협회(전산회계.전자문서.컴퓨터활용능력 등)의 공인 신청서에 대해 부처 합의 미비를 이유로 반려했지만 협회측이 제기한 행정심판에 패소,이달부터 급하게 공인작업에 들어갔다.

< 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