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상황을 바라보는 풍속도가 달라졌다.

관심있는 지역구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TV를 지켜보며 밤을 꼬박 새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었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지 않는 한 막판 대역전의 드라마를 기대하며 끝까지 집계판을 볼 일도 거의 없어졌다.

인터넷과 이동전화를 통해 선거구별 개표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등 "디지털 개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송사들이 투표가 끝나자 마자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표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은 초장에 "당선자"가 확정되기도 했다.

예전처럼 자기 지역구의 상황을 중계해 줄때까지 TV를 지켜보지 않아도 되고 고향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시골에 전화를 걸 일도 없어졌다.

그래서 이번 16대 총선은 "전자 민주주의"의 원년으로 기록됐다.

정보화가 몰고온 또다른 변화다.

한국방송공사(www.crezio.com) 문화방송(2000.mbc.co.kr) 서울방송(vote.sbs.co.kr) 등 방송사와 한국경제신문(www.hankyung.com) 등 신문사는 13일 개표 상황을 인터넷으로 중계했다.

이날 밤 출구조사와 달리 의외로 경합지역이 늘어나자 신문과 방송사의 홈페이지 총선관련 페이지는 지역구별 개표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려는 네티즌이 일시에 몰려 한동안 정상적으로 접속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붐볐다.

TV에서 관심지역인 접전 지역의 개표상황을 알려주는 차례를 기다리기가 답답해 하는 시민들은 저마다 PC를 켜고 언론사 홈페이지의 문을 두드렸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사람들은 인근의 PC방에서 개표상황을 확인하는 풍경도 보였다.

PC방을 찾은 사람들은 리얼플레이어 기능을 활용해 TV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면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역구별 개표상황을 체크하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진수를 만끽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인터넷 홈페이지(www.nec.go.kr)를 통해 선거구별 개표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려 했으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비해서는 집계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동전화 서비스업체인 신세기통신과 LG텔레콤 한솔엠닷컴 등은 무선인터넷서비스를 통해 개표상황을 가입자의 휴대폰으로 보내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 업체는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신청한 가입자들에게 중앙선관위의 개표 집계를 휴대폰으로 곧바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굳이 집에서 TV를 보지 않아도 밖에서 볼일을 보면서 개표상황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관심있는 후보의 득표상황을 파악한 유권자들은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TV가 자신이 관심있는 지역의 상황을 보도하고 지나갈 까봐 자리조차 뜨지 못했던 예전과는 영판 다른 모습이다.

더군다나 방송사들은 투표가 끝나기 무섭게 출구조사 결과를 터트렸다.

정당별 예상 의석수는 물론 당선이 유력한 후보들의 명단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는 출구조사와 달리 밤늦도록 엎치락 뒷치락 하는 바람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총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TV를 끝까지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는 묘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바겐세일기간이어서 이날 투표후 출근했다는 롯데백화점 김태화 과장(40)은 "몇몇 관심 지역이 있었는데 모두 초장에 결판이 나버려 예전같은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표 풍토가 달라졌다는 사실은 아파트 단지에 자정이후 불을 밝힌 집들이 예전보다 줄어든데서 간단하게 확인됐다.

자영업을 하는 김상균(42)씨는 "개표 뿐 아니라 아예 투표까지 "안방(컴퓨터)에서 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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