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앤티(anti)"사이트에 대해 첫 소송이 제기됐다.

그동안 "반기업" 사이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기업에서 먼저 소송이란 칼을 들었다.

포항제철은 11일 "삼미특수강 근로자들의 고용승계 주장을 담고 있는 "앤티 포스코" 홈페이지(antiposco.nodong.net)가 포스코 홈페이지(www.posco.co.kr)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백모씨 등을 상대로 도안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특정 인터넷 홈페이지를 모방한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저작권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특정 회사나 개인및 집단을 반대하는 앤티사이트 또는 기업 홈페이지를 모방한 패러디 사이트들이 잇따라 저작권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넘쳐나는 앤티.패러디 사이트 =인터넷을 활용한 소비자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이버 공간에 앤티 사이트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앤티 두루넷,앤티 현대자동차,앤티 트라제,앤티 애니콜,앤티 기아,앤티 하나로 등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서비스 개선을 촉구하는 사이트들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기존 사이트를 모방해 만든 패러디 사이트도 수백개나 된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국민의 식당 청기와"(members. tripod. com/~vitaminC/index1. html),"야후코리아"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개그코리아" (www.gagkorea.co.kr),서울대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구라대학교"(hugsvr.kaist.ac.kr/~overclas) 등이 있다.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항의나 불만의 글을 올리는 앤티 사이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앤티 사이트로 쓰일만한 인터넷 주소를 미리 선점하는 방법을 써왔다.

<> 앤티 사이트 소송 비상 ="앤티 포스코" 홈페이지는 지난 97년 포철이 삼미특수강을 부분 인수하면서 생겼다.

삼미특수강 근로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기 위해 만든 것으로 투쟁 상황을 한글과 영어로 중계하고 있다.

포철측은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반기업적 내용보다는 포철의 로고나 그래픽을 사용하는 홈페이지 디자인의 저작권 침해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포철측은 "앤티 포스코 홈페이지에 담겨 있는 내용이 올바른지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을 모방한 만큼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며 "몇차례 시정을 요구해도 고치지 않아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 사이버 소비자운동 위축 논란 =이번 소송결과에 따라 앤티.패러디 사이트들이 잇따라 저작권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앤티.패러디 사이트는 원래 홈페이지의 내용 구성 등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 단체와 네티즌들은 "이제 힘을 얻기 시작한 사이버 공간의 소비자 운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겉으로는 홈페이지 디자인의 저작권 침해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홈페이지 운영 자체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