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약혼한 뒤 각각 탈출, 남한에서 다시 만나 화제가 됐던
정 용(30)씨와 최은실(27)씨 커플이 7일 결혼약속 3년만에 서울 송파구
가락동 새벽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새벽교회 이승영 목사의 주례로 진행된 이날 결혼식 분위기는 진지하고
엄숙했다.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90년 12월 정 씨의 큰 형인 현(35)씨가 러시아
유학중 남한에 귀순하면서 엘리트 계층이었던 정씨 가족이 함북 온성으로
내쫓겨 강제노동을 하는 신세로 전락한 뒤였다.

자살을 기도하는 등 실의에 빠진 정씨 앞에 당시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사로청) 부위원장이었던 최씨가 나타났다.

지난96년 만난 이들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져 이듬해 2월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큰 형이 남한에서 잘 산다는 소식을 들은 정씨 가족은 97년 8월
두만강을 건너 탈출한데 이어 두달 뒤 최 씨도 가족과 함께 탈북에 성공했다.

정씨 가족은 큰 형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남한으로 온 반면 최씨 가족은
중국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1년동안 연락이 끊기기도 했지만 서로를 그리는
두 사람의 마음은 식을 줄 몰랐다.

그러던 98년 8월 전화통화가 이뤄졌고 그로부터 한달 뒤 최씨는 정씨가
보낸 초청장을 들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결혼식을 마친 이들 부부는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우리의 사랑과 조국통일
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꼈다"며 환히 웃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