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벤처 산업의 보물창고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생물에서 의약품과 첨단신소재 등을 추출하는 기술이 급진전되고
있는 가 하면 생물의 새로운 기능이 밝혀내 이를 산업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에따라 해양수산 벤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올해 이를 중점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기업당 최고 3억원까지 연구개발비를 지원키로 했다.

해양수산부 안에 "해양수산 벤처기획팀"을 별도로 발족시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해양생물에서 산업용이나 의약용 신물질을
뽑아내는 사업.

살아있는 생물은 물론 죽은 사체나 껍질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신물질들을
발견해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이중 굴 껍질을 세라믹 소재로 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2년여간의 연구를 거쳐
상품화 직전까지 진전돼 있다.

굴 껍질을 부숴 가열한 뒤 항균제제를 첨가해 항균성 세라믹 타일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상업화되면 해안을 어지럽히는 쓰레기로 취급받던 굴 껍질을
산업용 건축자재로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된다.

굴 껍질은 연간 30만t이상이 발생해 이를 처리하는 데만 매년 2백억원이상을
없애고 있다.

이상문 해양수산부 항만국 기술안전과장은 "굴 껍질로 세라믹을 만드는 데
이어 콘크리트를 만들어 항만공사에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올해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고 조만간 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줄 예정"
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 대량으로 서식하는 갯지렁이에서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리해 정제하는 기술은 이미 지난해 국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 효소는 세제와 화장품 첨가제로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인하대 장정순 교수팀은 5월까지 이 효소추출 기술에
대해 국제특허를 낼 예정이다.

장 교수는 "갯지렁이의 활용가치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갯지렁이와 공생하는
세균에서도 새로운 효소를 추출해 냈다"며 "새로 발견된 효소도 세제나
화장품 염색재료 등에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해양연구소는 산호와 해면동물에서 의약물질을 개발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생물속에 들어있는 암세포 억제물질과 소염.진통.항균 물질을 추출해
내는 작업이다.

해양연구소 화학연구단의 신종헌 박사는 "바다생물은 수만년의 진화과정을
거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화학적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어 "의약품
원료 창고"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부산대 최원철 교수팀은 부경대와 공동으로 해조류와 해면동물을
이용해 노화와 종양증식 억제물질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해양동물은 각각이 가진 특이한 역할이 잘 알려지지 않아 생태계 내에서의
독특한 기능을 확인해 산업화하는 시도도 급진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적조를 발생시키는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해양 원생동물을 발견,
어패류 약식업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국립수산진흥원 이찬국 수산연구관은 "아직은 실험실 단계이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조퇴치 동물을 발견해 대량번식에 성공했다"며 "바다에서
실용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적조피해를 막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