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조만간 법무법인 세종에 합류하는 김성수(37) 변호사가 의대를 졸업한
의사변호사 "1호".

의사출신으로 전용성(89)변호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일제시대 때
경성대(지금의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케이스여서
정식으로 의대를 나온 것은 김 변호사가 첫 사례다.

김 변호사는 서울의대 82학번으로 전형적인 "386세대".

학창시절과 사회생활에서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직접 겪었다.

의사가 법조인이 되기 까지의 과정은 험로 그 자체 였다.

그는 의대 본과 2학년 때 학내시위로 무기정학을 받은 후 구속돼
감옥생활을 했다.

풀려난 뒤엔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인천에 있는 S포장에 친구 이름을 빌려 위장취업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빠져있는 근로자들을 대변해 근로조건 개선을 외쳤다.

파업을 주도하는 등 1년반동안 노동현장에서 근로자와 함께 생활하다 결국
신원이 드러나 해고당했다.

그 후 모 병원에서 노동운동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재해와 관련한
상담을 해주다 자연스레 법을 접하게 됐다.

이것이 사법시험을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95년 드디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김변호사는 사법연수원(27기)을 수료한 뒤 98년에 재입학형식으로 서울의대
에 다시 들어갔다.

의사고시를 통과해 정식의사가 됐다.

다음달 의대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에 들어간 지 무려 18년 만에 졸업하는 셈이다.

의대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로펌을 택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내는 같은 대학 같은 학번으로 출신으로 현재 단국대 의대 병리학과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의학적 지식이 기초가 되는 사건을 맡고 싶다"며
"생명공학과 관련된 기업 일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에는 김변호사 외에 2명의 의대출신이 연수를 받고 있어 곧
2, 3호 의사변호사가 나오게 된다.

김변호사는 "법률분야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 많이 참여해야
법률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